이번엔 통큰PC, 살만 할까?

20만원 초반대 가격…정품 HW사용

Photo Image

통큰 넷북에 이어 이번엔 통큰 PC가 나왔다. 인터넷 쇼핑몰 아이코다(www.icoda.co.kr)는 1월 4일 새해를 맞아 가격 거품을 뺀 `신년맞이 통큰PC`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보인 통큰PC의 가격은 20만 9,000원. 아이코다 측은 부품을 대량 매입해 원가를 대폭 낮췄다면서 사무용이나 가정용에 적당한 사양이라고 밝혔다. 또 저렴한 가격은 물론 정품 하드웨어만 써서 서비스도 만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4만원 저렴, 저가형에선 `통큰` 할인

그렇다면 실제 통큰PC는 얼마나 통이 큰 걸까? 사양부터 보면 CPU는 인텔 셀러론 듀얼코어 E3400이다. 2.6GHz로 동작하는 저가형 제품이다. 메인보드는 G31 칩셋을 쓴 ECS G31T-M7, 하드디스크는 히타치 데스크스타 SATAⅡ 250GB를 썼다. 여기에 삼성전자 SH-D163C DVD-ROM 드라이브와 MK2 M1 블랙야크 케이스, IC-450 라이트 전원공급장치로 이뤄져 있다. 그래픽카드는 내장형이다.

가격은 어떨까? 아무래도 저가형이고 최신 모델은 아니다 보니 100% 같은 모델로 비교하긴 어렵다. 최대한 비슷한 모델을 다른 쇼핑몰에서 뽑아보니 24만 1,140원 정도 나온다. 아이코다 역시 판매 페이지를 통해 통큰PC의 원래 가격이 24만 9,000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통큰PC는 정상 판매 가격보다 4만 원 가량 저렴한 셈이다. 통큰PC에는 운영체제 같은 소프트웨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윈도XP 홈에디션 DSP 버전을 구입하려면 8만 4,500원을 추가해야 한다. 어쨌든 통큰PC의 통큰 정도는 4만원 가량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쇼핑몰에서 통큰PC와 최대한 비슷하게 뽑아본 견적. 통큰PC는 비슷한 조립PC보다 4만원 가량 더 싸다.

4만원이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립PC 마진율을 안다면 상당한 할인 혜택이다. 아이코다와 컴퓨존 등 주요 인터넷 쇼핑몰이 조립PC를 한 대 팔았을 때 남기는 마진은 카드나 현금 여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평균 5%, 많으면 8%다. 20만 원짜리 PC라면 마진은 1만 원인 셈이다.

통큰 넷북이 화제가 된 건 가격도 가격이지만 운영체제를 포함했다는 데에 있다. 이에 비해 이번에 나온 통큰PC에는 운영체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PC에선 힘든 걸까? 컴퓨존 손정현 팀장은 "통큰 넷북처럼 롯데 같은 대형유통사가 개입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이코다 양광진 과장 역시 "운영체제를 포함해 20만원대를 유지하려면 부품 가격이 10만원을 넘기면 어려운데 운영체제 가격만 10만원 안팎, 윈도7 DSP 버전의 경우에는 13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정품 부품을 쓰면서 운영체제까지 포함한 20만원대 조립PC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운영체제를 빼더라도 앞으로 10만원대 초저가 조립 PC가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의 어렵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론 리퍼 부품을 써야 지금보다 더 싸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양 과장은 "10만원대 PC를 팔고 있다면 집에서 3∼4년 쓰던 PC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조립PC는 20만원대가 최저가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통큰PC와 비슷한 사양을 갖춘 20만원대 조립PC는 이미 다른 쇼핑몰에서도 판매중이다. 컴퓨존이 판매 중인 E023 슬림은 22만 2,000원, 조이젠의 사무용 젠큐브는 20만 3,320원이다.

■ 가격·성능 모두 고려하면 30만원대 적당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전체 조립PC 시장 중 20∼30만원대 저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0~40%다. 아이코다 경우 전체 조립PC 판매량 중 20만원대는 3∼4% 가량 팔린다. 컴퓨존은 20만원대 판매율이 20∼30% 정도 차지한다.

이렇게 값싼 20만원대 조립PC 판매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이유는 뭘까? 원인은 낮은 사양에 있다. 아이코다에 따르면 20만원대 PC를 조립한 소비자는 보통 메모리를 추가 구입하는 비율이 높다.

벤치마크사이트 케이벤치의 주우철 기자는 "통큰PC 정도 사양이면 아이코다가 밝힌 것처럼 문서나 인터넷용에 딱 맞는 수준으로 가격대비 성능만 보자면 아무래도 휴대용인 넷북보다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아이가 간단한 문서나 플래시 게임을 즐기는 정도 혹은 노년층이 인터넷 서핑할 때 적당한 정도라는 설명이다. 뭔가 더 하려면 부품 추가가 필요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조립PC도 저가형 중에선 20만원대보다 상대적으로 30만원대를 많이 찾는다. 아이코다의 경우 30만원대 조립PC 구입율이 전체의 20∼25%에 이른다. 컴퓨존 역시 20∼30만원대를 전부 합하면 35% 가량이다.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조립PC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20∼30만원대 저가형과 50만원대 이상 고급형 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는 상태다. 사무용이나 학습용, 인터넷 서핑을 위한 제품은 이미 20∼30만원대에 조립할 수 있다. 마진도 90년대 말처럼 턱없이 높던 `좋은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조립PC 부품 대부분은 중국이나 대만산을 쓴다. 기술이나 다른 경쟁력이 없는 조립PC에게 남은 건 가격경쟁력 뿐이다.

통큰PC는 이런 용산과 조립PC 시장의 현실을 나타낸 결과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반응도 좋다. 아이코다에 따르면 통큰PC 판매 후 20만원대 조립PC 판매가 3배 이상 올랐다. 마진도 거의 없고 홍보 이슈를 위해 내놓은 상품이지만 판매 수량이 좋으면 비슷한 컨셉트의 행사도 계속할 예정이다. 아이코다 측은 행사 반응을 지켜본 뒤 코어i 시리즈 등에서도 경쟁사대비 최저가 적용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큰PC가 시장에 그리 영향을 줄만한 거리는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통큰PC가 싼 건 맞지만 다른 곳에서도 이미 비슷한 가격대는 많다는 게 이유다. 마케팅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 만큼 조립PC에 소비자 관심을 끄는 효과 정도는 얻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만혁 기자 mhhan@ebuzz.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