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열차를 기다리는 장병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오던 용산역. 열차 떠나는 기적소리에 마지막 국수 한가락을 아쉬워하던 대전역. 만남과 이별의 추억으로 남아 있던 플랫폼이 2011년에는 디지털 혁명의 차기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이슈가 됐던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디지털 혁명의 신호탄이었다면, 첨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가 올해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T 플랫폼은 서비스를 전달하는 매개체다. 통신 인프라, 하드웨어(HW), 운용체계(OS) 등이 하나의 몸체를 이뤄 사용자들에게, 정확히 말해 사용자가 가진 기기에 서비스를 전달하는 중간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량 서비스는 항상 우수한 플랫폼을 전제로 한다.
지금까지 스마트워크 플랫폼에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플랫폼, 교육 플랫폼, 상거래 플랫폼에 이르는 다양한 플랫폼들은 각자의 모습을 갖고 진화해 왔다. 그러나 우수한 서비스를 열망하면서도 그 핵심 요소인 플랫폼의 중요성은 간과돼 왔으며, 오히려 눈에 보이는 단말기만 주목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통신끊김 현상이 빈번한 것도 통신 플랫폼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SK텔레콤, 웅진코웨이, LG U+ 등 다수의 기업들도 플랫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플랫폼의 재정비가 미래 서비스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이참에 플랫폼이 가져야 할 핵심 기능 몇 가지를 짚어본다.
우선 플랫폼은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0.2초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2011년 세계전자가전박람회(CES)는 벌써부터 듀얼코어 스마트폰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단말기의 성능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신속한 서비스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등장하고,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고속의 통신 인프라도, 초스피드의 첨단 HW도 데이터 처리의 관문이 되는 SW가 병목이 되면 신속한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단순히 작동하는 SW의 시대는 가고 효율적인 알고리즘의 SW가 생존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플랫폼은 안정성과 보안성이 결여되면 생존 능력이 떨어진다. 이미 HW는 반영구적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SW의 안정성이다. 식수가 청결해야 사람들이 마시는 것처럼, SW가 안정적으로 실행될 때 사용자가 이용할 것이라는 이치는 설명의 여지가 없다. 또 보안성이 없는 플랫폼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퇴진할 것이다. 스스로를 보호하고 사용자를 지켜내기 위해 플랫폼은 철통 보안 기능을 갖춰야 한다. 해킹에 대응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플랫폼은 기본이다.
플랫폼은 전문성과 다양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최고의 전문성을 구비해야 하며, 방법과 내용에 있어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와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전문적이면서도 다양하게 진화할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다수의 기업은 오픈 플랫폼을 선택한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선택했고, 아마존, 월마트 등도 자사의 플랫폼을 개방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전장의 돌격대였다면 이어 등장하는 플랫폼 주도권 경쟁은 본진의 전쟁이 될 것이다.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사업 모델이 복잡화할수록 플랫폼의 유연성과 폭넓은 서비스가 경쟁력이 될 것이 자명하므로, 기업들은 양질의 플랫폼 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의 중심에 선 플랫폼의 진화가 흥미롭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tmchung@ece.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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