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반도체 · 디스플레이 장비, 수직계열화 `약인가 독인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대기업의 장비업체 투자 현황

 최근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은 경쟁적으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수직계열화를 가속해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물류 및 디스플레이 전공정 장비업체인 에스에프에이의 지분 182만여주를 686억원에 매입, 10%의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 3월에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아이피에스가 발행한 220억원 상당의 무기명 무보증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만약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17%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어 10월에는 일본 반도체장비회사 다이닛폰스크린이 보유한 세메스 지분 전량인 43만5000주(21.75%)를 522억원에 인수하면서 세메스 지분을 171만2390주(85.62%)로 늘리기도 했다. 세메스는 1992년 삼성전자와 디엔에스가 합작으로 설립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전공정 장비 전문회사다. 삼성전자는 이밖에 일본 장비업체인 도와와 합작해 지난 1993년 후공정 장비기업인 세크론을 설립한 바 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도 수직계열화에 착수했다. 최근 디스플레이 제조장비업체인 에스엔유프리시젼에 142억원의 유상증자 참여, 152억원 전환사채 인수 등 총 294억원을 투자했다. SMD는 유상증자 참여로 에스엔유프리시젼의 5%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또 152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2년 뒤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5.2%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수직계열화에 적극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08년 스퍼터업체인 아바코의 지분을 매입, 20%를 확보한 데 이어 LIG에이디피의 지분도 13% 보유 중이다. 또 최근에는 OLED 핵심 장비업체인 야스의 지분 20%를 1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장비기업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투자 이익보다는 공동 핵심기술 개발, 기술 유출 방지 등이 주 이유다. 최근 다국적기업 A사 사례를 통해서도 나타났듯이 자사의 기술정보가 장비기업들을 통해 유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기술 확보, 기술 유출 방지가 관건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소자기업들의 장비기업 지분 인수에 대해 시장에서는 긍정적이다. 지분 매입 소식이 발표되면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대기업이 투자한 장비업체들의 실적은 수주 확대로 개선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지분투자는 상호 간의 강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고 투자대상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금전적 지원 외에도 경영 노하우, 마케팅 네트워크, 인적자원 등 경영 전반에 필요한 지원이 동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특정 소자기업에 종속됨으로써 세계적인 장비기업으로 커나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소자기업의 자회사로 여겨지면서 다른 기업에 장비를 파는 것이 힘들뿐더러 지분 보유 대기업도 기술 유출 등의 이유로 타사 판매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장비기업들도 소자기업과 독립된 회사로 성장했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지식경제부는 세계적인 장비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수직계열화 타파가 필요하다며 교차구매 등을 추진해왔지만 이미 현실화된 이상 이제는 부품 분야 상호 교차구매와 같은 소극적인 안으로 후퇴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직계열화에는 명과 암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장비업체 스스로 득과 실을 따져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