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 기술 · 인재 찾아 선진국으로 진출

 # 레이저 의료 장비업체인 루트로닉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리몬트에 연구소를 개설했다. 레이저 분야 최고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해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업체는 5명의 현지 연구원을 채용했다. 내년 초에는 또 다른 레이저 기술 선진국인 독일에도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 통신 부품·장비 업체인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올해 노텔무선통신기술연구소(WTL)·액시스테크놀로지 등 유럽의 벤처기업을 인수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에이스테크놀로지의 원천기술 수준은 대폭 향상됐다. 사업 영역도 무선네트워크 장비에서 소형기지국 안테나·통합 안테나 등 무선시스템으로 확대됐다.

 

 국내 부품·장비 업체들이 원천 기술과 글로벌 인재를 찾아 선진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인도 기업들이 글로벌 불황을 틈타 선진국 IT, 자동차 기업들을 인수해 인력 및 기술을 빨아들이는 것에 자극받은 우리 기업들이 서둘러 해외 인력 수급에 나서고 있다.

 중국·인도 기업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국내 부품업체들은 소형 벤처기업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일부 업체들은 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 거점 연구소를 설립해 인력 및 기술을 확보하는 틈새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기술력 확보를 위해 영입한 해외 인재를 국내로 불러들이는데 집중했다. LG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로 C레벨 인력을 채용해 상당수의 인력을 국내로 불러들였다. 중소 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외국인 인력은 한국 문화와 조직에 적응해야 했고, 회사 측은 지낼 곳과 자녀 교육 여건을 마련해줘야 하는 등 비용 부담이 상당히 컸다. 당초 계획보다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일부 우수 인력이 국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루트로닉·에이스테크놀로지 등 일부 기업들의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인재를 불러들이기 보다는 해외로 직접 나가는 게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고용 사정이 악화돼 국내 업체들이 우수한 인력들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최평락 전자부품연구원장은 “단순히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신흥국으로 진출하는 것만이 해외 진출이 아니다”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호랑이 굴(선진국)’에 들어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아직 국내 최대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ETRI조차도 해외 지역 거점을 설립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기업 및 출연연 기관의 선진국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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