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자산업 분야에서는 단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들 두 기업은 하루가 멀다하고 대형 이슈를 쏟아냈다. 삼성, LG와 함께 가전 3사의 한 축이었던 대우일렉 역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품목별로는 LCD TV·LED TV 등 TV와 에어컨·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 판매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해소되면서 지난해보다 소폭 성장했다. 물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수익성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반면에 정수기·공기청정기·가습기 등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가전의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삼성그룹과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단연 뉴스 메이커였다. 이건희 회장의 복귀와 함께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분기마다 경신하면서 글로벌 전자업계의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을 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3월 25일 이건희 회장의 복귀뿐 아니라 연말 정기인사에서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사장을 나란히 승진시키면서 3세 경영체제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삼성은 또 새로운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부활시키고, 김순택 부회장을 실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의 성장세는 활황세에 들어간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에 LG전자에 2010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 영향으로 남용 부회장이 물러나고, 구본준 부회장이 새로운 사령탑을 맡는 등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정기인사 시기 이전에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 본부장이 교체되기도 했다.
대우일렉은 이란계 다국적 가전회사인 엔텍합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았다. 지난해 11월 20일 매각작업을 재개한 지 1년, 옛 대우전자 시절인 1999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11년 만이다.
TV와 가전제품 경기는 전형적인 ‘상고하저’ 곡선을 그렸다.
지난 6월까지는 동계올림픽·월드컵 등 굵직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연달아 열리면서 TV 판매가 반짝 특수를 누렸다. 또 남아공 월드컵이 사상 최초로 3D로 중계되면서 3DTV가 TV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2010년은 3DTV의 원년이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3DTV 판매 열기는 다소 식었다. 전자제품 판매상가가 모여 있는 용산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 주변도 하반기 들어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올해 우리나라 실물경제는 6% 내외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등 양호했다”며 “다만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이후에는 스마트TV가 이슈로 부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 역시 마케팅 포인트를 스마트TV로 전환했다.
이 같은 국내 사정과 달리, 전 세계 TV 및 셋톱박스 시장은 올해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성장했다.
올 한 해 PC 시장은 스마트패드(태블릿PC) 돌풍으로 요약된다. 올 4월 애플이 아이패드로 첫 테이프를 끊은 후 삼성전자·델·RIM·아수스·에이서 등 세계 글로벌 전자 업체가 앞다퉈 스마트패드를 개발하며 붐을 일으켰다.
소비자 관심 역시 집중하며 스마트패드 시장 규모는 올해 77억달러가 예상되고 내년에는 291억달러, 2012년에는 427억달러로 급성장이 관측된다.
휴대가 간편하고 통신과 결합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모바일 트렌드를 만든 스마트패드는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됐지만 동시에 전통의 PC 시장에는 변화를 몰고 왔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PC 출하대수는 2009년 대비 14.3% 상승한 3억524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9월 예측치 대비 약 1500만대가 감소한 것인데, PC 수요가 스마트패드로 이동한 탓이다. 2014년 스마트패드는 PC의 10%를 대체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내로 돌아보면 역대 처음 연간 500만대를 돌파한 해였다. 또 노트북PC가 처음으로 데스크톱PC 출하량을 앞서 스마트폰·스마트패드와 함께 ‘모바일’이 핵심 가치임을 입증했다.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가 1000만대 판매를 돌파,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며 가장 돋보였다.
김원석·윤건일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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