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신재생에너지산업 성장을 위한 정부·업계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빛난 한 해였다. 특히 탄탄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정부의 역할이 주목받았다.
◇RPS법 통과 및 집중 지원 약속=올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가장 큰 이슈는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법의 국회 통과였다. RPS는 2012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소가 전체 발전량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는 3월 18일 본회의를 열어 RPS를 규정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비롯한 2월 임시국회에서 미처리된 민생법안을 처리했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한 것은 국회 제출 2년 만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RPS로 인한 시장규모는 2012년까지 4조1000억원, 2022년까지 총 5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또 발전사들이 RPS로 추가 부담하는 비용은 전기요금에 직접 전가돼 발전차액지원제도의 과도한 재정부담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최근 신재생에너지를 2015년까지 수출 400억달러 규모의 신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수출 동력화를 위해 차세대 태양전기 등 총 10개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풍력 베어링, 블레이드 등 중소·중견기업 주도의 8대 부품·장치 개발에 정부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태양광은 ‘화창’ 풍력은 ‘흐림’=태양광·태양열·풍력·연료전지·수소·바이오·폐기물·석탄가스화 및 액화·지열·수력·해양 등으로 구성되는 신재생에너지원 중 가장 주목을 받은 부문은 올해도 태양광과 풍력이었다.
올해도 태양광산업은 열풍을 이어갔다. 태양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폴리실리콘·웨이퍼 등의 부족 현상이 심화됐으며, 국내 업체들은 앞다퉈 증설에 나섰다.
특히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하면서 2008년의 공급대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고순도 폴리실리콘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공급대란 사태를 촉발했다. 폴리실리콘 부족 사태가 예상되면서 ‘일단 확보해 두자’는 식의 가수요까지 등장해 사태를 악화시키기도 했다.
웨이퍼 공급 부족 현상도 계속되면서 넥솔론·오성엘에스티·실트론·웅진에너지 등이 공장 증설에 나서기도 했다. 이 밖에 한화케미칼이 미국 태양광 웨이퍼기업인 ‘1366테크놀로지’를 인수하는 등 국내 대기업의 해외 태양광업체 인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새해 시장 전망도 밝다. 특히 내년 국내 기업들의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 4GW를 돌파할 전망이다. 태양광 모듈업체들이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하는 것은 내년부터 RPS 시장이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RPS는 2012년부터 적용되지만, 2012년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발전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태양광산업이 열기를 이어간 반면에 풍력업계는 비교적 조용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시스템업체의 경우 트렉레코드(실적)의 부족 등으로 눈에 띄는 수출실적이 없었다. 일부 부품업체만이 수출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1월 해상풍력 로드맵을 확정·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는 우선 2013년까지 부안·영광 지역 해상에 100㎿급 국산 해상풍력발전기 중심의 실증단지를 조성한 후 2016년까지 900㎿를 추가해 시범단지를 확대,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9년까지 1500㎿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해 총 2.5GW 규모로 목표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력계통은 1·2단계 시범단지까지는 전북 고창변전소로, 3단계는 새만금변전소로 각각 연결한다.
시스템업체들은 사업 참여를 위해 대용량 시스템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부안·영광 지역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체적으로 해상풍력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최근 한국전력기술과 제주 해상에 풍력발전 플랜트 연구개발을 위한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키로 합의하기도 했다. 한국전력기술은 국내 공기업, 풍력발전기 제조사, 대기업 등과 함께 제주 해상에 3㎿급 풍력발전기 34기(총발전용량 102㎿)를 갖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미니인터뷰
◇이성호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
“정부가 태양광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입니다.”
이성호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태양광산업을 제대로 평가하고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올해 태양광산업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간 태양광발전은 국내 보급에 적합하지 않으며, 많은 투자비에 비해 발전량은 미미하다는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태양광산업이 비로소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의 핵심 아이템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롭게 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전체 에너지소비 전망이 2년 전 계획 때보다 더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에너지믹스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12%로 상향 조정한 것과 그 중 태양광의 비중이 이전보다 9배가량 늘어났다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태양광에서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후발주자인데 이를 키우겠다는 정부의 제정이 얼마 배정되지 않았다”며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태양광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의 지원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 당연한데, 정작 새해 태양광 관련 예산 등 실질적인 행동은 계획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장희상 태웅 전무
메인샤프트·타워플랜지 등 풍력발전기 주요 부품을 세계 유수 업체에 수출하고 있는 태웅의 장희상 전무는 풍력발전사업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전무는 “업체 간 과당경쟁을 피하기 위해 업체별 풍력사업에 대한 역할 분담, 상호보완 및 기술교류 확대 추진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풍력발전시스템업체의 실적이 저조한 것에 대해서는 실증자료 부족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장 전무는 “풍력발전 기술의 객관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실증자료가 없어 해외로부터 수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단계”라며 “독자모델에 대한 조기 실증시험 데이터 확보로 공인검사기관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 실증단지사업에는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 전무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국내 풍력업체가 제작한 풍력발전기를 설치·운전해 실증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국내 풍력발전기의 경제성이 우수함을 입증해 해외 수주를 추진하는 것이 우리나라 풍력발전사업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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