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제일모직은 모바일 ERP로 어떤 효과를 얻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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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모직 패션부문은 최근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SAP 솔루션 기반의 모바일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모바일 마이패스트(myFAST)’를 구축했다.

 현재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한 대부분의 기업은 메일, 결제, 임직원정보, 일정표 등 그룹웨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제일모직은 여기에서 한 발 나아가 그룹웨어와 ERP를 결합했다.

 모바일 ERP는 많은 제조 기업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참고할만한 구현 사례가 없는데다 구축 후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은 검토 수준인 비즈니스 테크놀로지다.

 제일모직의 ‘모바일 마이패스트’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모바일 ERP의 가능성을 살펴봤다.

 

 ◇현장업무 지원을 위한 선택=제일모직이 패션의류 경쟁사는 물론 제조기업 전체에서도 사례가 드문 모바일 ERP 시스템 도입을 결정한 이유는 현장 영업과 현장 의사결정 체계 강화를 위해서다.

 제일모직은 ‘빈폴’ ‘갤럭시’ ‘후부(FUBU)’ ‘구호(KUHO)’ 등 캐주얼에서 정장에 이르는 다양한 브랜드와 백화점, 전문매장 등 다양한 유통매장을 관리하기 위해 현장영업·관리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어느 업종보다 중요하다.

 종전에는 현장 직원들이 노트북을 이용해 사내 시스템에 접속했으나 바쁘게 움직이는 의류 유통 현장에서 이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휴대하기도 불편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순간 즉시 정보를 확인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랐다.

 일부 직원들은 단지 영업현황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주말이나 휴일에도 출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제일모직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그룹 차원에서 활용하던 모바일 그룹웨어에 ERP 서비스를 더하는 모바일 ERP 시스템 구축 사업에 나섰다.

 ◇9월 모바일 ERP 오픈=제일모직은 지난 2월 사내 정보 전략팀을 중심으로 모바일 활용방안 수립 작업에 착수했고 5월 모바일 운용체계(OS) 선정을 포함한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확정지었다.

 모바일 OS는 구글 ‘안드로이드’로 결정했고 협력사 삼성SDS와 함께 기존 SAP 기반 ERP시스템을 모바일 서비스화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ERP 기간계시스템 ‘마이패스트(myFAST)’와 모바일 오피스 ‘모바일 마이싱글(my-Single)’, 인트라넷 메일시스템 ‘팀스(Tims)’,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시스템 등을 삼성SDS가 개발한 모바일 플랫폼 ‘SEMP(Secured Enterprise Mobile Platform)’ 기반으로 재구축했다.

 모바일 오피스 도입 시 가장 우려되는 보안 부분은 서비스 접속 권한을 엄격히 적용해 보완했다. 구축사업에 참여한 삼성SDS측은 “각 기능별, 사용자별로 역할과 권한을 매핑해 접근 권한을 추가로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은 6월부터 8월까지 시스템 설계·구축과 통합테스트, 사용자 교육 등을 마친 후 지난 9월 모바일 ERP 시스템을 정식 오픈했다.

 ◇상세한 정보로 현장업무 도와=제일모직은 시스템 구축·가동 과정에서 1차로 임원, 팀장, 사업부장 등 110여명에게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를 지급했다. 이어 영업·물동 담당자로 범위를 확대해 현재 총 240여명이 모바일 ERP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실상 현장 업무와 관련된 임직원은 전부 다 모바일 ERP 사용권한을 받았다.

 모바일 ERP를 통해 흐르는 정보는 기간계 ERP와 동일한 수준이다.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ERP를 실행하면 △경영정보(BW) △물류(WM) △영업(SD) △매장(POS/FI) 관리 등 총 9개 메뉴가 뜬다.

 전사 매출 현황부터 각 매장, 제품별 매출 정보는 물론 물류 현황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채권 정산, 재고 확인, 판매 프로모션 등록, 미수 정보 확인, 매장 평가 및 요구사항 입력 등도 가능하다.

 이들 정보 메뉴는 단순히 회사의 영업지표를 가늠하는 수준이 아니라 ‘드릴다운(Drill Down)’ 방식으로 상세하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가령 전체 백화점→A백화점→B매장→C제품 식으로 실시간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전체 지표를 관리하는 임원은 물론 각 세부 부문별 담당 직원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PC에 비해 응답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제 서비스 속도도 양호하다. 스마트폰의 해당 정보메뉴를 터치하면 와이파이 환경에서는 대부분 1초 이내에 정보가 제공되고 이동통신망에서도 환경에 따라 길어야 2~3초 정도면 정보가 확인된다.

 ◇비즈니스 효율성 제고 기대=제일모직은 모바일 ERP 구축으로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강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해 비즈니스 효율화와 고객만족도 개선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협업 측면에서는 신속한 업무처리와 의사결정으로 비즈니스 기회 손실을 차단하고 고객 대응속도를 높일 수 있다. 현장 영업·관리를 통해 작업시간 지연과 데이터 손실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구축 후 사용기간이 짧아 아직 정량적인 효과를 논하기엔 이르지만 정성적인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제일모직의 설명이다.

 김강연 제일모직 정보전략팀 부장은 “모바일 ERP 구축 이후 현장 업무의 효율성이 개선돼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모바일 ERP가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비즈니스 환경에서 회사의 대응속도를 높이고, 임직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일모직은 모바일 ERP의 콘텐츠와 사용자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협력사와 매장 관리자들에게도 모바일 ERP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떤 콘텐츠를 보강할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단말기도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패드 ‘갤럭시탭’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멀티 OS를 지원하기 위해 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대신 모바일 웹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할 계획이다.

 

 <미니박스>-모바일 ERP 도입 과제

 모바일 ERP가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확산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는 ERP 시스템이 그만큼 제조기업의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만큼 모바일화를 원하지만, 반대로 그 이유 때문에 모바일화를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바일 ERP를 도입하려는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충실한 기반 시스템이다. 단순히 트렌드를 쫓아 모바일화에 나서기엔 ERP는 너무나 복잡한 영역이다.

 김강연 제일모직 부장은 “이메일을 주고받고 일정을 확인하는 것과 현장업무와 직결된 모바일 ERP는 차원이 다르다”며 “기존 ERP 시스템의 프로세스와 정보 운용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바일 ERP 도입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구축사업에 참여한 삼성SDS는 모바일 ERP 도입 시 기업이 주의할 점으로 △모바일화를 위한 비즈니스 영역의 우선 순위화 △최적화된 UX(User eXperience) 환경과 플랫폼 확장성 확보 △멀티 OS·단말 지원을 고려한 단말 플랫폼 선택 △단말 분실 및 도난시 보안 대비책 강화 등을 꼽았다.

 특히 모바일 ERP의 비즈니스 서비스 영역을 고르는 것은 모바일 ERP 도입계획 수립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자칫 잘못하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거나 정작 필요한 옷을 입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보안 문제는 기업용 IT시스템이 다 그러하듯 영원한 과제다. 모바일 ERP 기대효과와 보안문제 둘 가운데 어느 것을 더 크게 볼 지는 기업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제일모직은 기술 측면에서 보안성을 높이고, 내부 사용자 교육을 강화해 보안문제를 해결해나갔다.

 반면 또 다른 제조기업의 CIO는 “경영진에게 비즈니스 현황을 알려주는 수준 정도면 몰라도 상세 정보가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되는 것은 불안하다”며 “모바일 ERP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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