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상표의 주유소가 다른 회사의 제품도 팔 수 있도록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유사와 주유소 간 거래기준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시장은 가격 경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거래기준을 만들었다고 해서 특정 상표의 주유소가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다른 회사의 제품을 들여오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위의 주장은 주유소와 정유사 간 거래 협상과 관련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주유소가 보다 저렴한 회사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인하 효과도 리터당 20~30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주유소업계는 공정위가 국내 시장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공정위가 정유사와 거래 협상 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지만 실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주유소가 혼합거래를 하지 않는 이유는 기준이나 제도 미비 때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기존 공급업체나 다른 업체의 가격이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정유시장은 수입업체가 거의 없고, 석유류 제품가격 가운데 대부분을 세금이 차지하는 상황이라 가격 경쟁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상표의 주유소가 기존 공급업체와 등을 지고 다른 회사의 제품을 취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수십년간 수직 계열화돼 있는 구조가 기준 하나로 바뀌겠느냐”며 “무폴 주유소가 없는 게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부터 석유제품 혼합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이 시행되고 있는데도 특정 상표를 포기하는 사업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공정위 보도에도 지난 8월 기준으로 전국 1만2923개 주유소 가운데 4.1%만이 특정 상표 없이(무폴)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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