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칩 업체들 `휴대폰 VS 노트북 업체 대리전` 경쟁 치열

 스마트패드 시장을 놓고 터치스크린 칩세트 업체들이 ‘휴대폰 업계 Vs 노트북 업계’ 대리전 구도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애플 등 휴대폰을 기반으로 스마트패드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이 ‘원 칩’을 요구함에 따라 멜파스·아트멜·사이프레스·시냅틱스는 센서(AD컨버터)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원 칩형 스마트패드 칩을 개발하고 있다. 갤럭시탭·아이패드 터치스크린에도 원 칩형 제품이 적용됐다.

 반면 델·에이서·아수스 등 노트북 업체들은 센서와 MCU를 따로 개발해 스마트패드에 적용하고 있다. PIXCIR·EETI 등 차이완(중국+대만) 칩 세트 업체들이 노트북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차이완 터치칩 업체들은 노트북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스마트패드 시장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높이고 있다.

 터치스크린용 터치 칩은 사람 손가락의 좌표 값을 뽑아내는 ‘센서’와 데이터를 읽고 알고리듬 필터링을 통해 좌표값을 연산하는 ‘MCU’로 구성된다. 그동안 휴대폰 업체들은 스마트폰에 원 칩 제품을 터치스크린에 적용했다. 휴대폰 내부에 고집적 회로들이 적용됨에 따라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또 원 칩이 대량생산 체제에 유리해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한 것도 이유였다. 기본적으로 휴대폰은 한 모델당 수 십만대 이상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 칩은 개발기간이 길어 시장 대응이 느리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시장 트렌드가 급속도로 변하는 스마트패드 시장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알고리듬 개발부터 칩 패키지까지 한 업체가 모든 프로세스를 담당하기 때문에 최소한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즉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에 대응하기 위해 칩 세트 업체는 최소한 6개월 전에 칩 성능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차이완 칩 세트 업체들은 원 칩의 이런 약점을 파고들며, 빠른 개발 대응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PIXCIR·EETI는 핵심 센서 기술은 직접 개발하는 대신 ‘솔루션 파트너’ 업체를 통해 MCU를 개발하는 오픈 소스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대만 등에 있는 솔루션 파트너 업체들은 PIXCIR·EETI의 지원 하에 고객사에 맞춤화된 터치칩을 빠르게 생산하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솔루션 파트너를 활용한 차이완 칩 세트 업체들의 전략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서 무서운 힘을 발휘하고 있다. 델·에이서 등 노트북 업체들은 물론, 국내 터치스크린 모듈 업체마저 차이완 제품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투 칩은 두 부문을 따로 개발하기 때문에 초기 가격이 비싼 것이 약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세트업체들도 차이완 업체가 제조한 터치 칩 성능에 깜짝 놀라고 있다”면서 “스마트패드는 비교적 휴대폰에 비해 내부 공간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에 가격만 적정 수준으로 내려온다면 차이완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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