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품업체 연구원 마케팅 강화

#국내 스마트폰 부품업체 A사는 중국 시장 개척 당시 연구원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영업 담당자가 수차례 구매 제안을 했을 때도 꿈쩍 않던 중국 세트업체가 본사 연구본부장까지 대동한 A사의 프레젠테이션을 본 후 긍정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A사는 수백만달러 규모의 중국 수출을 앞두고 있다.

#RF 부품업체 B사는 미국 휴대폰업체와 거래를 진행할 총책임자를 연구원 담당자로 바꿨다. 미국 업체가 B사에 요구하는 기술의 질문 수준이 너무 높아 영업 담당자가 대응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연구원을 직접 파견해 기술설명회를 진행한 후 고객사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거래 절차는 훨씬 수월해졌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해외 시장 마케팅에 연구원들을 내세우고 있다. 해외 세트업체들이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요구하면서 영업 전문가만으로는 대응하기가 점점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애플·노키아 등 글로벌 휴대폰업체는 연구원 출신의 구매 담당자를 늘리고 있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고급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좋은 부품 조달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술 이해도가 높은 담당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 등 스마트폰업체는 국내 업체에 깊이 있는 기술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칩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부품업체는 애플 구매 담당자의 송곳 질문에 10여명의 연구원이 답변을 못해 진땀을 뺀 사례도 있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영업 담당자가 제품의 기술을 완벽히 이해하기 힘들어진 점도 연구원 마케팅 활성화의 원인이다. 과거에는 단순한 수동부품, 외장재 등을 해외에 판매했지만 지금은 터치스크린·모터·액추에이터·구동 칩·카메라모듈 등 고급 제품 판매 비중이 늘었다. 이에 따라 영업 담당자와 연구원을 동시에 현지로 파견해 네트워크와 기술 기반을 보강하는 업체도 늘었다.

또 부품업체들은 연구원에게 스피치 및 외국어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 부품업체들도 연구원 교육에 팔을 걷어붙였다. 콘덴서업체인 성호전자는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국내에서 중국 유학생 출신 연구원을 채용해 현지로 파견하기도 했다.

최평락 전자부품연구원장은 “이제는 단순히 연구개발만 열심히 해서 고부가가치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원을 수요 기업에 직접 파견해 설명회를 하는 등 마케팅 전략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차원에서도 KOTRA 등 유관기관을 활용해 부품업체들의 연구원 마케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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