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연마용장치(CMP)용 ‘슬러리’ 특허와 관련, 3년 넘게 끌어온 제일모직과 미국 ‘캐보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캐보트)’의 법정 분쟁이 제일모직의 승리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적어도 국내서는 CMP 슬러리 사업에 특허 장벽이 사라진 만큼, 향후 시장 공략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일모직(대표 황백)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캐보트의 반도체 CMP 슬러리 특허와 관련해 최종 무효 판결을 받았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캐보트가 특허법원(2심)의 특허 무효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에 대해 상고이유 없다고 판단, 기각했다. 특허 무효소송 역시 3심제로 이뤄져 있으며, 각각 특허심판원-특허법원-대법원을 거치게 된다.
이로써 지난 2007년 캐보트가 국내에 등록한 CMP 슬러리 관련 특허(등록번호 745447)는 그 효력을 완전히 잃게 됐다. 양사는 본 특허를 토대로 이번 달 대법원의 특허 침해 민사소송 판결도 예정돼 있다. 특허 침해의 근거가 되는 특허 자체가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사실상 제일모직의 승소가 예정된 수순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특허법원은 캐보트의 국내 특허가 특허로서의 기본 요건인 ‘진보성’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등록된 특허를 무효화했다. 특허법원 3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특허가 특이성이나 현저성이 없으며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허의 진보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서 제일모직이 최종 승소함으로써 현재 대만에서 진행 중인 CMP 슬러리 특허 무효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은 대만에 등록된 캐보트의 CMP 슬러리 특허에 대해 지난 2007년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한 판결은 내년 초 정도에 나올 예정이다. 대만 특허심판원이 국내 판결 내용에 따라 심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참고한다는 점에서 제일모직 측에 유리한 결과도 예상된다. 대만에서도 제일모직이 승소할 경우 CMP 슬러리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대만은 전 세계 CMP 슬러리의 80% 가량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측 소송대리인인 AIP특허법률사무소 이재웅 변리사는 “이번 판결로 적어도 국내에서 만큼은 CMP 슬러리 사업에 대한 특허 장벽은 사라졌다”며 “대만에서 진행 중인 특허 무효심판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용어설명/CMP슬러리
반도체 회로를 구성하기 위해 웨이퍼를 평탄화하는데 사용되는 재료다. 미세화가 진전할수록 중요한 핵심 소재 기술이다. 제일모직은 지난 2003년부터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CMP용 슬러리를 공급해왔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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