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은 우리나라 산업계의 에너지소비 구조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투자자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손학식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관리본부장은 “지난 30여 년 동안 산업계의 효율 향상에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며 “장기저리 자금으로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 주고 국가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80년부터 2003년까지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을 지원받은 1638개사의 투자실적을 조사 분석한 에너지관리공단 통계에 따르면 총 1조9537억원이 투입돼 4711억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 이를 에너지 절감량으로 환산하면 총 251만6000TOE(석유환산톤)에 이른다.
이는 국내에서 한 해 소비되는 가정·상업 취사용 에너지 사용량과 비슷하다. 특히 투자비 회수기간은 평균 4.1년으로, 경제성을 확보하는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 1979년 두 번째 석유파동 이후다. 기존의 에너지절약 캠페인 수준의 소극적인 방법이 아닌 노후시설 개체(改替), 고효율기기 설치 등 과감한 에너지절약 시설투자가 선결과제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투자자금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정부는 1979년 820개 기업에 ‘산업체 에너지절약 특별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설비의 종류, 규모, 효율 등 실태를 파악하고 투자 요인과 규모를 산정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에너지 손실률은 평균 21.5%에 이르러, 불필요한 낭비요인을 개선하려면 총 2257억원의 시설투자 자금이 필요했다.
정부는 1980년 ‘수요증진을 위한 경제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에너지절약 시설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당시 조사결과를 토대로 2000억원의 자금(금융자금)을 확보, 에너지절약 시설투자에 본격적인 금융지원을 시작했다. 이것이 지금의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의 출발이었다.
1980년 11월 2000억원의 특별자금을 조성해 지원하기 시작한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은 자금조성 규모 및 지원 대상사업의 확대와 더불어 지원조건과 지원절차가 꾸준히 개선됐고 지원 금액도 대폭 늘었다.
초기에는 금융자금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1980~1981년에는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77억원이 조성돼 자금 지원의 보조 역할을 수행했으나 1986년 이후엔 석유사업기금의 지원 규모가 늘면서 에너지절약 자금의 주된 재원이 됐다.
1995년도 이후, 그동안 에너지자원의 여러 분야에 걸쳐 지원돼 온 많은 정부관리 기금을 재정비하고 지원체계를 일원화했다. 성격이 유사한 석유사업기금, 에너지이용합리화기금, 석탄산업안정기금, 석탄석유육성기금, 해외자원개발기금의 5개 기금을 폐지하고 정부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엘특회계)’의 융자계정에서 자금을 지원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에너지이용합리화사업을 위한 자금 지원도 1995년부터는 엘특회계를 통해 지원됐으며, 에너지관리공단은 자금운용관리를 담당하는 융자대상기관으로 지정됐다.
또 에너지관리공단은 엘특회계법에 따라 한국석유개발공사가 관리하던 석유사업기금의 에너지부문 융자잔액과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융자잔액을 합한 총 8936억원의 자금에 대한 원리금상환 등의 자금관리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됐고, 2002년부터는 전력기반기금으로부터 기금을 받아 수요관리시설 융자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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