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컨트롤타워’ 김순택호의 윤곽이 드러났다. 새 컨트롤타워는 신사업을 포함한 차세대 먹을거리 발굴에 주력하며 회장과 계열사 소통에 무게중심을 두게 된다. 삼성은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안에 세부 조직 형태를 확정하는 등 진용도 마무리짓기로 했다. ‘뉴 컨트롤타워’ 위상과 김순택 부회장이 전형적인 기획통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인사·재무 중심보다는 기획과 전략 파트 인력이 충원돼 새로운 삼성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외부 인력 수혈도 추진된다.
◇‘뉴 컨트롤타워’는 신사업 디자인에 초점=신설 컨트롤타워 수장으로 발탁된 김순택 부회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해서 신수종사업과 신사업에 치중하고 소통과 상생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5~10년 후 그룹을 먹여 살릴 신수종사업의 발굴과 육성, 그룹 내부는 물론이고 사회와 소통과 상생이 삼성에 새로운 컨트롤타워에 부여된 미래 과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신사업추진단을 맡은 김순택 부회장을 그룹 조직의 핵심자로 낙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 컨트롤타워는 1959년 비서실을 시작으로 50년 이상 역사를 가지며 현재 삼성을 일군 핵심 조직으로 평가받는다. 비서실(1959년)로 출발해 구조조정본부(1998년), 전략기획실(2006년)에 이어 2008년 이건희 회장이 퇴진하면서 해체된 후 2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조직 재건’ 이르면 이번 주 완료=새 조직은 아직 공식 명칭을 포함해 형태도 정해지지 않았다. 단지 김 부회장은 “시급한 사인인 만큼 가능한 빨리 세부 조직안을 확정하겠다”며 조직 재건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인력과 조직 구성에 대한 후속 발표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직 형태는 이전 구조본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기획실에 대한 사회 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이전과 달리 후속 조직은 미래 성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미 구조본의 1실 5팀 체제가 기획실로 바뀌면서 3팀 체제로 축소된 상황이었다. 삼성 안팎의 관계자는 “수직이 아닌 수평 조직을 표방한데다 신사업과 후계 승계라는 두 가지 숙제를 감안할 때 스피드한 조직 구성이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과 이전과 달리 100명 안팎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사업팀과 일부 흩어졌던 미래 사업 전략 부분이 통합되면서 의외로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부 수혈도 추진된다. 삼성은 이공계 전공자 가운데 인문·사회·경제 부문 지식을 갖춘 통합형 인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관계자는 이에 대해 “내외부에서 컨트롤타워를 구성할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기획통’ 인력 주목=컨트롤타워 핵심 인력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과거 삼성은 인사팀과 재무팀이 그룹 핵심 인력이었다. 인재를 제일로 여기던 고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에는 인사팀 멤버가 삼성을 좌우했다. 이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학수 부회장이 전략기획실장을 맡으면서 재무통 출신들이 그룹 전반을 관리했다. 재무 출신 임원들은 ‘관리의 삼성’을 모토로 각 계열사 업무를 지휘, 감독했다.
그러나 그룹 내 신사업을 담당한 김 부회장의 색깔은 다르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에 대한 이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과거와 확실한 선을 긋고 새판을 짜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업무에 능하면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기획통 인력이 대거 요직에 포진될 가능성이 높다. 김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이건회 회장이) 앞을 내다보고 인재를 소중히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언급해 삼성전자·삼성SDI 등 그룹 신성장동력의 핵심 계열사에서 참신한 인재를 대거 새로운 조직에 수혈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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