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커넥터가 정부와 대기업의 무관심으로 저가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커넥터 업체들이 선행 개발로 고부가 시장에 진출하려 해도 대기업들이 구매를 꺼리고, 정부는 연구개발조차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커넥터는 대표적인 요소기술로 IT산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일본 등 외산 제품이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선점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
18일 커넥터 리서치 전문업체 비숍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75에 불과했던 커넥터 가격상승지표가 올해 8월 3.349로 증가했다. 커넥터 가격상승지표는 1~5까지 단위를 매겨 3보다 수치가 높으면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반대로 3보다 낮으면 가격이 하락세라는 의미다. 세계 커넥터 시장은 35조원 규모로 지속 성장하고 있고, 각 적용 시장이 세분화돼 있어 지표를 이용해 가격을 추정한다.
전기차·스마트패드 등 새로운 기기의 등장으로 커넥터 시장은 매년 규모가 커지고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이런 추세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한국단자공업 등 일부 업체가 자동차 전장 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 미미한 실적에 불과하다. 국내 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고부가가치 부문인 전기차 및 군사용 시장은 미국·일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고, 국내 업체들은 저가 부문인 가전 등 소비자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 시장 중에서도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에 적용되는 고급 커넥터 부문은 일본 제품이 독점하고 있다. 국내 세트업체들은 고부가가치인 선행 개발은 일본 업체에 맡기고, 판가인하를 목적으로 국산 제품을 일부 사용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어렵게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세트업체에 제안을 해도 외면당하기 일쑤다. 커넥터 관련 구매 전문가도 없을 뿐더러 국산 제품을 사용해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LG 등 대기업도 반도체 구매 담당자가 커넥터 구매를 겸직하고 있다.
정부 무관심도 아쉬운 부분이다. 미국·일본 정부가 요소기술 개발 차원에서 커넥터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 정부는 커넥터 부문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 실무자들은 디스플레이·반도체 등에 지원하면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둘 수 있지만, 커넥터는 기술적 우수성을 눈으로 입증하기 어려워 관여하기를 꺼린다. 국내 빅3로 불리는 연호전자·우주일렉트로닉스·씨넷 등 대형 커넥터 업체들조차 정부로부터 변변찮은 연구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커넥터 업체들이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기 힘들어지면서, 저가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커넥터는 대일 무역역조 주요 원인이고, 향후 엄청난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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