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국내외 언론들이 한국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냈고, 반면에 미국 언론들은 G20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본 나라는 미국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향후 오바마 정권의 험난한 여정을 예견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결과를 이미 예측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이나 브라질 등에 뭇매를 맞을 확실한 구실을 제공한 6000억달러의 제2차 양적완화 정책을 미리 터뜨리고 온 것이다. 즉 미국은 이미 G20 이후 금융전쟁, 경제전쟁의 시나리오가 준비됐고 전략적 행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른바 ‘미국의 대반격 시나리오’.
나는 이미 2010, 2011년의 최고의 이슈는 ‘미국의 반격’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은 “이제 미국의 시대는 끝이 나고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자존심 상하는 말들을 계속 들어 왔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분석할 때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최소 10~20년이 더 걸린다. 아직도 미국은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잠재력이 남아 있고 기축통화라는 ‘전가의 보도’도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지난 2년 동안 1조7000억달러나 되는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퍼붓고도 이렇다 할 시장 회복의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다급해 있다. 이런 와중에 전 세계 국가들은 아무런 안전판이 없이 급격하게 이루어진 미국판 세계화의 위험을 깨달았고, 개인부채나 국가부채 등의 위험을 심각하게 느끼면서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꺼리고, 국가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개인들은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단기적 공황 혹은 낮은 더블딥의 조짐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중에서 가장 궁지에 몰려 있는 나라는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미국일지도 모른다. 즉, 미국은 이번 경제위기로 가장 중요한 것(절대적 1위의 지위)을 잃어 버릴 수도 있다는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 불리하게 돌아가 버린 G20의 결과는 일부 국가들에는 급격한 자국통화의 가치 하락을 일시적으로 막는 성과를 올리게 했지만, 미국으로 하여금 좀 더 적극적인 반격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시스템적 상황을 만들어 준 꼴이 됐다.
향후, 빈손으로 미국으로 돌아간 오바마 정권은 본격적인 반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은근한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또 이미 시작된 막대한 추가 유동성 공급정책을 통해 미국 내 시장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올리고, 해외에서는 달러 가치의 하락을 만들어 이머징 국가들의 자국통화의 인위적 하락을 부추기면서 대미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또 이머징 국가의 자산버블을 유도하여 금융이득을 얻는 전략을 더욱 더 강하게 쓸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향후 10∼20년 동안에는 천문학적인 부를 만들어낼 신산업들을 촉진하는 중장기 전략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이 예측은 가능성(시나리오)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가능성이다. G20 회의는 이제 끝이 났다. 지금부터는 성과를 자축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미국의 대반격이라는 높은 가능성에도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최윤식 미래학자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ysfutu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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