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김진우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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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체력’과 ‘자존심’

지난 6월 취임 당시 ‘일할 맛 나는 연구원, 신나는 연구원 만들기’를 호언했던 김진우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여전히 이 두 가지 단어를 연구원 경영의 모토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세계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연구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원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핵심인력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이 말하는 기초체력이란 다름아닌 ‘통계’나 ‘분석모형’ 같이 연구에 기본이 되는 도구들이다.

“우수한 통계 분석능력과 다양한 분석모형의 확보가 곧 연구원의 최대 자산입니다. 그동안 단기 정책 연구에 주력하다보니 기초적인 통계분석 능력이나 분석모형 개발에 등한시한 경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김 원장은 특히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을 산정하거나 유가전망, 에너지 수요전망 등 경제 환경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기존 전망모형이 낙후되고 개발이 더딘 것을 확인했다”며 “이를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연구원의 기초체력이 강화되면 연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정부 정책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실적이 양적인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연구원의 기본역량을 다져 질적인 향상을 추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와 함께 연구 인력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용역 등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 외부요인이 작용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곧 연구원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길이라는 생각은 오랜 기간 연구원에 몸담아 오면서 체득한 김 원장만의 철학이다.

“외부의 입맛에 맞는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연구원들의 기가 꺾이는 경우가 있는데 훌륭한 인재들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본업에 집중하도록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원의 수장인 제가 최대한 이를 보장해 줘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국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 원장은 또 취임 후 직급별·부서별 면담에 열중하면서 직원들의 특성과 역량을 파악하는데 애썼다. 점심시간 등 틈나는 대로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신뢰와 투명성이 생겨나고 이것이 연구원의 자존심 세우기의 출발이라는 생각이다.

김 원장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원의 시스템을 변화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내년은 우리 연구원이 변화의 원년으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평가제도·보수체계 등을 모두 재정비 할 생각입니다. 우리 연구원이 질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가 내년부터 일어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 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현재 턱없이 부족한 인력의 충원을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는 계획도 덧붙여 강조했다.

김 원장은 연구원의 핵심 업무인 에너지관련 정책 수립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도의 도입과 관련해서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도 시행을 통해 적응기를 거친 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업계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출권거래제도 도입을 위한 선결과제들이 아직 산적해 있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산업부문의 국제경쟁력이 심각하게 손상받지 않으면서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감축 할 수 있는 배출권 할당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사업장의 온실가스 감축을 측정·보고·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비돼야 하는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김 원장은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당분간 목표관리제도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배출권거래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부터 목표관리제가 시행되면 배출권거래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기반이 갖추어 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목표관리제도를 실시하면 배출권거래제도에 필요한 기반이 구축되기 때문에 배출권거래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은 구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목표관리제의 평가를 바탕으로 배출권거래제도의 도입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 원장은 또 산업계는 목표관리제도와 배출권거래제도의 단계적인 시행으로, 생활부분에서는 향후 탄소세를 도입해 일반 소비자의 온실가스 배출을 관리하는 것이 큰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작업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완급조절은 할 수 있어도 한발자국도 뒤로 가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영화를 통해 시장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이번 개편작업을 평가했다.

김 원장은 또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세계적인 흐름이 더욱 빠른 것 같다”며 “우리의 전략도 과감하게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현재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육성을 위해 정부가 초기시장을 열어주고 기업들이 뛰어들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그 후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구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우리 대기업들이 기술개발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도전적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해야 합니다. 초반에 일정한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을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속도전에서 경쟁국가 및 기업에게 밀리지 않습니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석유산업 미래비전과 발전전략’ 연구 용역 과제에 대해서는 석유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 석유산업 전체의 청사진을 새로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석유산업은 상류부터 하류에 이르기까지 급속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석유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따른 국내 석유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석유산업의 향후 발전전략과 경쟁력 강화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김 원장은 이와 관련해 석유세재 개편은 물론이고 석유개발사업의 활성화, 석유산업의 해외진출 전략, 사업 다각화 전략,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 방안, 석유유통산업의 부가가치 제고 방안, 석유산업 규제체계 개선 등 주요 주제를 기관·업계·언론·학계와 같이 연구해 최대한 국가 이익에 근접한 연구결과를 도출해 내겠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주요 연구 분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쳐나가는데 필요한 정책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부문별 감축목표 설정,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도 및 탄소세 등 다양한 정책수단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는 등 녹색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제도의 타당성과 도입시기가 주요 연구분야다.

또 풍력·태양광·수소에너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의 연구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 개발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를 수출 산업화함으로써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융합·신산업 창출형 그린에너지 산업 활성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합리화와 친환경 세제개편을 통해 에너지 효율 국가전략을 고도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산업화하는 연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연구 분야다.

그는 최근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희유금속 등 자원을 확보를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점차 강화되고 있는 자원전쟁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권역별 자원개발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등 에너지안보를 위한 해외자원개발 전략 연구를 진행해 우리나라의 자원 자급률을 높여나가는데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진우 원장은

김진우 원장은 서울대 농경제학과와 미 콜로라도대 경제학과(석사)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자원환경경제학, 계량경제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입사한 뒤 지난 30년 동안 에너지경제 분야, 특히 전력, 원자력 부문의 정책연구를 수행해 온 전문가다.

논리가 정연하고 강한 설득력을 갖고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항상 역지사지의 자세와 안목을 보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원장은 취임 후 에너지경제연구원을 경쟁력 있는 국제적 전문 연구기관으로 육성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 시점에서 에너지경제연구원을 개혁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업적과 평판이 크게 퇴색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으며, 개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것만이 연구원이 세계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거듭나는 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원장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차마고도, 아마존의 눈물을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고 있다.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부인과 두 아들을 둔 김 원장은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가까운 산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대인관계가 부드럽지만 단호한 결단력과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그는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김 원장은 현재 에너지위원회 에너지정책전문위원회 위원, 2013 대구 WEC 조직위원회 집행위원,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 위원, 전력수급기본계획 수급분과위원회 위원, 한국자원경제학회 상임이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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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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