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17> 입스타

입으로 스타크래프트를 한다는 뜻.

실제 게임 실력은 별 볼 일 없으면서 입으로만 온갖 전략 전술과 기술을 논하는 것, 혹은 그런 사람을 말한다. 스스로는 그렇게 게임 플레이를 할 능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 혹은 선수의 게임을 보며 ‘이렇게 했어야 한다, 저렇게 했어야 한다’며 훈수 두는 행위도 포함된다.

반대로, 생각하는 전략이나 기술을 실제 게임에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자는 ‘손스타’라 부른다. e스포츠의 역사는 입스타를 손스타로 실현해 낸 스타 프로게이머들의 역사기도 하다.

록밴드 ‘체리필터’의 드러머 손스타는 스타크래프트를 잘 하고 싶어 ‘손스타’라는 예명을 쓰고 있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는 창의적이고 허를 찌르는 전략과 이 전략을 수행할 발군의 컨트롤 능력을 모두 필요로 한다. 동시에 매우 경쟁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따라서 승부욕이 높지만 실제 게임 실력이 못 따라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입스타의 길을 걷게 되곤 한다.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 게임 이야기인 중·고등학교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스타크래프트의 신전략과 노하우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다. 이 토론이 격해지면 결국 PC방에 가서 실제로 한판 붙어보기에 이르는데, 이때 누가 ‘입스타’고 누가 ‘손스타’인지 확인할 수 있다.

‘입’이라는 접두어는 어떤 말 앞에든 붙어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일 수 있다. ‘입스타’의 접두어 ‘입’이 비슷한 의미로 쓰인 대표적 신조어로 ‘입진보’가 있다. 실제 생활은 전혀 진보적 가치와 무관하면서 인터넷에서 입으로만 진보의 가치를 외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다.

진보적 정치 성향을 앞세워 다른 사람과 구별되게 자신을 포장하는 허세형 인간들이다. 트위터, 이글루 등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살롱 좌파’나 ‘패션 좌파’와 비슷한 의미다. 반대말은 ‘입보수’.

단,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입진보’ ‘입보수’라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생활 속 한마디

A: 올해 안드로메다 시리우스 행성 주상복합단지 건설 프로젝트 성사 못 시켰다고 사장한테 엄청 깨졌어. 그걸 왜 못하냐는 거야.

B: 자기가 한번 해 보라지. 입스타하면 나도 임요환 이긴다고.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