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3GPP 무선접속망(RAN) 작업반 국제회의는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표면적으론 각국의 통신·장비 기업, 표준화 단체가 모여 6G 표준을 어떻게 설계할지 논의하는 회의였지만, 실상 AI 경쟁력을 좌우할 표준을 주도하기 위한 국가 단위 힘겨루기가 팽팽했다.
'통신강국' 대한민국은 6G를 계기로 기로에 섰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넘어 AI 인프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표준 선점부터 통신정책 재설계, 차별화된 서비스 발굴 등 과제가 많다. 전자신문은 6G 표준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제주 현장에서 한국의 6G 경쟁력 확보 방안을 전문가와 논의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근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차세대네트워크(6G)사업단장
△김동욱 SK텔레콤 6G 테크팀장
△김대중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표준화본부장
△박규진 KT 6G무선기술연구팀장
△장경희 6G포럼 집행위원장
△황경민 LG유플러스 기술표준팀 책임
△사회=박지성 통신미디어부장
◇사회(박지성 전자신문 통신미디어부장)=6G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기술·제도적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6G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이며, 우리나라 통신산업에 어떤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나.

◇김대중(TTA 본부장)=5G와 6G의 차이점은 '생각하는 망(AI)' '보는 망(ISAC)' '끊김없는 망(NTN)' 세가지로 요약된다. 5G가 도시 밀집 지역의 높은 데이터 트래픽과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6G는 설계 단계부터 AI를 고려하고, 센싱 기능을 통신에 접목하며, 지상에 국한하지 않고 위성 등 비지상망을 활용해 끊김없는 연결을 지향한다.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이 AI 네이티브 네트워크다. 네트워크를 위한 AI와 AI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라는 양방향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다. 자원 절감, 전략 효율, 수익 창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규진(KT 팀장)=통신사업자 관점에서도 AI 네이티브 네트워크로의 진화가 6G의 핵심이다. 5G가 속도 향상에 초점을 맞춰 표준화와 상용화가 진행됐다면, 6G는 속도보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사업자의 네트워크 구축·운영 효율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본다. 작게는 무선 인터페이스의 성능을 높이는 것부터 크게는 실제 네트워크 설계와 운영의 자율화까지 AI가 핵심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욱(SKT 팀장)=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다. 5G를 준비할 당시에도 커넥티드카와 XR·VR 등 통신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기대했다. 하지만 관련 서비스와 단말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면서 기대했던 만큼 성장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지금은 AI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시점에 6G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통신 인프라가 AI 서비스를 잘 제공하면 기존 통신사업의 가치에 더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김근대(IITP 단장)=6G 시대에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기존 서비스를 더 잘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핵심은 피지컬 AI를 가능하게 하는 지능형 연결이며, AI가 네트워크에 내재화되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AI 서비스의 특성에 맞춰 필요한 품질을 제공하는 시대가 6G다. 피지컬 AI에서는 통신 지연이나 연결 불안정성이 로봇의 판단과 동작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기반과 높은 로봇 밀도, 산업 자동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런 강점과 통신 기술을 결합하면 6G 기술을 실제 산업과 국민의 삶을 바꾸는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

◇사회=6G 시대에 표준이 왜 중요한가. 그리고 우리나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김대중=표준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3GPP 표준이 있었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단말로 통신하고 로밍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6G에서는 AI를 네트워크에 어떻게 내재화할 것인지가 중요한 표준화 쟁점이다. AI 기술 변화 속도를 표준이 따라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표준 없이 각자 기술을 개발하면 통제권과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표준 필수 특허 확보는 기술 경쟁력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선제적 연구개발(R&D)부터 기술 시연, 표준 기고와 특허 확보까지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장경희(6G포럼 집행위원장)=5G는 트래픽이 늘고 투자도 이뤄졌지만 이것이 충분한 매출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남기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6G는 B2B·버티컬 서비스와 AI 인프라 등으로 진화하면서 통신사업자의 수익 기반을 넓혀야 한다. 기술 표준을 선도하는 것과 함께 실제 시장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김근대=우리나라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국내 기업의 부품과 장비가 글로벌 밸류체인에 진입하는 성과로 충분히 이어지지는 못했다. 6G에서는 국내에서 개발하는 기술과 부품이 실제 상용화에 활용되고 글로벌 공급망으로 진출하도록 해야 한다. 연구개발 성과를 기술 시연으로 보여주고, 표준 기고와 상용화까지 연결하는 구조가 중요하다. 그래야 6G 기술 리더십이 국내 산업의 경쟁력과 수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5G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 6G를 성공시키는 전략은.

◇황경민(LG유플러스 책임)=5G에서는 옵션과 기능이 지나치게 많고 복잡했던 점이 문제였다. 예를 들어 비단독모드(NSA)에서 상용화를 시작하면서 5G 단독모드(SA)의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B2B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실제로 시작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표준에는 성능을 높이거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능이 많이 포함됐지만, 복잡성이 높으면 상용화에 어려움이 생긴다. 6G는 5G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기능과 옵션을 단순화하고, AI 서비스 지원과 네트워크 비용 효율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김동욱=5G에서 주파수 특성에 따른 커버리지 확보와 투자 문제를 경험했다. 통신사업자가 새로운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려면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이 있어야 한다.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사업자는 다시 투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서비스가 발전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6G에서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를 추진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AI와 통신이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6G는 기회지만, 이를 실제 수익 모델로 연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박규진=5G에서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기대만큼 성숙하지 못했고 B2B 버티컬 시장의 성장도 제한적이었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6G는 기술 중심으로 기능을 계속 추가하기보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중심에 둬야 한다. 네트워크 구축과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표준과 기술 개발, 서비스 기획이 시너지를 내야 6G 상용화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기술이 먼저 정해지고 나중에 서비스를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비스와 사업적 가치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장경희=5G에서 못했으니 6G에서 잘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5G에서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6G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기술적으로 성숙한 것과 사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5G에서 투자가 늘고 트래픽이 증가했더라도 그것이 통신사업자의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B2B와 버티컬 서비스, AI 인프라 등으로 네트워크의 역할을 확대하고 실제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사업자가 지속해서 투자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사회=AI, 센싱, 위성통신 등 6G 핵심 기술은 어떤 서비스 차별화를 가져올 수 있나.
◇박규진=AI는 6G의 핵심 기술이며, 센싱은 AI가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도록 돕는 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통신과 센싱이 융합되면 네트워크가 단순히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현실 세계의 상황을 파악하고 AI 서비스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비지상망과 위성통신은 지상망이 닿기 어려운 지역까지 연결을 확장해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이런 기술이 결합되면 피지컬 AI와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산업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황경민=통신과 AI가 결합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AI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와 기술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를 활용해 통신망 운영 비용을 효율화하는 것이다. 5G에서는 기술적으로 좋은 기능이 많았지만 복잡한 옵션과 기능 때문에 실제 상용화로 연결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6G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을 단순화하고 기술이 서비스와 연결되는 지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AI 기술을 지원한다는 목표와 네트워크 효율을 높인다는 목표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김대중=표준과 관련해 한가지 고려사항이 있디만, AI 에이전트가 6G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본적인 데이터 통신과 전화 기능은 AI 에이전트가 없어도 잘 작동해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AI 에이전트는 적어도 통신사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표준이 마련돼야 한다. AI를 단말에서 처리할지, 엣지에서 처리할지, 코어 네트워크에서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사업자와 장비업체 간 입장이 다르다. 통신사업자가 AI 에이전트를 통제하는 구조를 만들려면 분할 추론과 연합학습 같은 기술에 대한 표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표준을 바탕으로 시장이 형성되면 우리나라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가와 기업에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사회=오는 12월 세계 최초로 한국의 6G 비전을 공개하는 '6G 비전 페스타 2026'이 열린다. 이 행사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현재 준비 상황은 어떤가.
◇김근대=6G 비전 페스타에서는 우리나라가 준비하는 6G 기술,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산업과 서비스의 관점에서 보여주려 한다. 개발 중인 R&D의 중간 결과물을 통해 국내 기술의 수준을 알리고, 이 기술들이 완성됐을 때 산업 현장과 가정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신사와 제조사뿐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의 장비와 부품도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 기술이 개발되는 과정과 실제 적용 사례,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여주려 한다.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행사로 기획중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R&D 성과를 6G 상용화에 활용하고 글로벌 공급망으로 연결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중요한 목표다.
◇장경희=이번 행사는 기술뿐 아니라 AI와 5G의 융합 서비스, 서비스 시나리오, 정책 등을 함께 논의하는 국제 행사다. 특히 글로벌 6G 산업 얼라이언스 구성을 통해 세계 각국과 대륙을 대표하는 10개 민관 단체가 협력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협력의 핵심 원칙은 표준과 생태계의 분절을 최소화하고 규모를 최대화하는 것이다. 6G는 한 국가나 한 기업만으로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의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 이번 행사가 일회성 콘퍼런스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협력과 사업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동욱=6G 비전 페스타에서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6G 핵심 기술, AI 기술을 활용한 통신사업자 관점의 네트워크 운영 효율화와 자율화를 보여주려 준비한다. 피지컬 AI와 AI 에이전트가 실제 서비스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AI 네이티브 네트워크가 고객 경험과 망 운영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박규진=KT는 6G 비전 페스타를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기회로 보고 있다. 5G와 비교해 6G에서 사용자 경험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지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춰 준비하고 있다.
◇황경민=AI 에이전트와 AI 서비스를 지원하는 여러 핵심 기술이 고객에게 어떤 경험으로 다가가는지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기술을 지원하는 네트워크와 관련 기능들이 실제 서비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정리=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제주)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