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MMA를 확보해라.’
TV 업체들이 내년 ‘LED TV’ 생산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지만 핵심 소재인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 생산능력은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쳐 극심한 수급난이 우려된다. 올해 초 대만 LCD 기업들이 수요 증가에도 핵심부품인 LCD 유리가 부족해 제대로 라인을 가동하지 못했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내년 PMMA를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따라 내년 LED TV 사업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PMMA 업체인 일본 미쓰비시레이온·스미토모화학, 대만 치메이 등은 올해 들어 생산라인을 약 4% 증설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일부 보완투자만을 집행한 셈이다. 반면에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 등에 따르면 내년 생산될 LCD TV 중 LED를 광원으로 사용한 제품 비중은 올해 20% 안팎에서 57%로 수직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하량으로는 1억800만대에 달한다. 이 가운데 92%가 도광판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에지형 LED TV’라고 가정하면, 수치상 연간 27만 6000톤의 PMMA 수요가 발생한다. 현재 미쓰비시레이온·스미토모화학·치메이를 포함한 8대 업체의 연간 PMMA 생산량은 74만톤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자동차·일반조명 등에 사용되는 제품을 제외하면 도광판용 PMMA 생산능력은 불과 20만톤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니터·노트북에 사용될 양을 제외하고도 7만톤 이상의 공급부족이 예견된다.
PMMA에 증설까지는 약 2년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내년에는 PMMA 수급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일반조명용 제품 생산 설비를 도광판 용도로 전용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PMMA 업체들이 올 초 전에 없던 호황에도 불구하고 신규 투자를 망설이는 것은 PMMA 산업이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극심한 공급과잉에 시달린 기억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은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내년 4분기부터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도광판용 PMMA 생산량은 TV 세트 기준으로 7000만대분 안팎에 그칠 것”으로 분석하며 “내년에는 PMMA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LED TV 생산량이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용어설명:PMMA는 투명플라스틱으로 대표되는 소재다. 도광판은 PMMA에다 패턴을 새겨 LED에서 나온 빛을 모아 TV 전면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한다. 40인치 TV 기준, 1세트당 PMMA 2.5~3㎏이 사용된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