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 10년만에 글로벌 플랜트 시장에서 발포유리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제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 소재산업 성공사례로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김병일 에코세라 대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플랜트용 발포유리를 개발 제조하는 인물이다. 글로벌 대기업인 헨켈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 용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그는 한국세라믹기술원의 대표적인 연구원 창업사례기도 하다.
김 대표가 개발한 발포유리는 화력발전소 등 플랜트 설비에 필수적인 굴뚝에 많이 사용된다. 굴뚝 배기가스가 탈황설비를 통과하는 동안 공기 중 습기와 결합하면서 산성물질로 변하기 때문에 내산성과 내습성이 강한 발포유리가 내장재로 쓰이는 것.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첨단 소재지만 김 대표는 국산화를 넘어 이제는 유럽, 미국, 중동, 이태리 등 다양한 국가의 플랜트 설비에 발포유리를 수출하고 있다.
산업 특성상 깐깐하기로 유명한 플랜트 업계지만 김 대표는 발포유리에 폴리머 접착제를 더해 단순히 소재가 아닌 상품으로 접근하면서 시장을 개척했다. 그는 “발포유리만 고집했다면 업계의 인정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체 기술로 접착제까지 개발해 함께 제품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중소 소재기업으로 초기 시장개척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었지만, 지금은 메일로 계약서를 주고받을 만큼 고객사와의 신뢰가 두터워졌다.
한국 소재기술의 우수성을 세계 무대에 알리고 있는 김병일 대표. 하지만 국내 소재산업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그는 국내 소재기술은 거의 방치 수준이라며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및 기관 차원에서의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정부차원에서 장기 성장동력으로 부품 소재기술 육성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소재기업들이 살아가기 위한 환경은 척박하기 그지없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50억원 미만의 소재 기업들은 열악한 환경에 연구 개발에만 매진하기도 바쁩니다. 사실상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시간 · 인력 · 자금적 여유가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합니다.”
이에 김병일 대표는 `하이서울` 브랜드와 같은 전문 소재기술 공공 브랜드를 제안한다. 김 대표는 “한국 소재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며 “브랜드를 통해 소재의 기술과 신뢰성을 보증해 준다면 많은 소재기업들의 마케팅 부담이 줄어들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