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과거를 반복한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자는 과거에 걸어 왔던 길을 생각해 보고, 현재 우리가 어느 길에 서 있으며 앞으로 어느 길로 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철길은 바로 그 미래로 가는 길이다.
21세기 한국철도는 다양한 변화와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남북 간 철길이 열리는 것은 분단의 역사를 접고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요, 새로운 한반도시대를 여는 것이다. 남북철도사업은 단절된 동북아 공간의 복원뿐만 아니라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이라는 중요한 미션을 가진다. 한반도 경제공동체는 남한 경제, 북한 경제, 동북아 경제의 연계성과 동북아 국가들에 대한 개방 · 협력의 수준을 대폭 제고한다.
남북철도 인프라 협력 사업은 동북아경제권과의 연계성을 강화해 동북아의 인적 · 물적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것이다. 이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교류와 협력의 역사로 전환하는 `공존공영의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제국주의의 산물이며, 식민지경영의 상징이었던 철도가 유럽의 경제 · 사회 · 문화를 통합해 EU 결성을 앞당긴 것처럼, 저탄소 녹색성장시대의 남북철도사업은 유럽~아시아~태평양을 잇는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를 통해 동북아 지역의 경제 · 사회 · 문화 공동체를 촉진하는 미래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최근 동북아지역은 세계 3대 교역권(EU · NAFATA · 동북아) 중 하나로 세계 물동량 비중은 약 30%로 급증했다. 그러나 동북아 지역 간 물적 · 인적교류의 증가로 인해 물류시설은 포화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증가된 물동량을 수용하기 위해서 동북아 주요 국가 간 철도연계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남북 · 대륙철도 인프라 사업은 동북아를 통합하는 국제 승객철도망과 유라시아대륙을 연결하는 국제 화물철도망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는 남북협력과 다자협력이 가능한 사업으로 한반도의 대륙 물류 거점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특히 남북 및 대륙철도 연계 구상은 남과 북 양자 간 협력뿐만 아니라 남 · 북 · 러 및 남 · 북 · 중의 다자간 협력사업으로 추진하여 상호 선순환적인 효과를 도출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단기적으로 유라시아 화물 철도망 사업은 남 · 북 · 러 3자간의 TKR~TSR 연결 사업으로 추진하고, 동북아 철도망사업은 남 · 북 · 중 간의 컨테이너 전용열차 운행 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동북아 역내 국가와 중앙아시아 국가를 포함하는 대륙 인프라 협력 모델로 확대 ·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초기에는 저비용 · 정부 주도형의 파급효과가 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이후 고비용 · 국제투자가 가능한 민간 참여의 대규모 사업으로 확대해 가는 단계별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의 `철, 에너지, 녹색 3대 신(新) 실크로드` 경제협력에 추동력을 제공하고, 대륙물류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및 시베리아 자원 개발과 연계한 패키지 사업화로 경제성을 확보해, 한반도의 유라시아 대륙물류 거점화에 기여할 것이다.
남북 철도의 연결로 한반도의 미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11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철도는 `21세기 국제고속철도` `한반도경제공동체` `동북아일일생활권` `유라시아 시대`라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철길은 바로 그 미래로 가는 길이다. 우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루빨리 남북 간 철길이 소통의 길, 공존공영의 길, 통일의 길이 되길 기대한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획부장 hsna@kr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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