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도시가스로만 알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오해 아닌 오해가 있다. 화석연료라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가스라 누출 시 냄새가 나며 화재와 폭발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임에도 연소 시 수증기와 탄소가스만 발생해 다른 화석연료보다 친환경적이다. 야릇한 냄새는 무색무취의 천연가스가 누출될 때를 대비해 인위적으로 냄새를 더한 것이고 타 에너지원에 비해 화재나 폭발에 더 안전하다.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로 기후변화를 정면 돌파하는 기업이 있다. 한국가스공사다.
화석연료에다 위험한 가스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LNG를 대규모로 들여온다는 이유로 국정감사 때마다 뭇매를 맞기도 하지만 에너지 안보에 있어 일등공신 중 하나다. 특히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에너지 부문에서는 넘버원이다.
가스공사는 우리나라에 LNG를 1986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들여왔다. 기존 석유에 치중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적이고 안전한 연료를 가정과 발전소를 비롯한 산업시설에 공급한다는 취지에서다.
가스공사는 현재 연간 2600만톤의 천연가스를 해외에서 액체 형태로 도입해 전국 21개 발전소에 공급하고 전국 30개 민간 도시가스 회사에서 일반가정과 산업현장에도 안정적으로 보내고 있다.
◇전국 공급망을 하나로=가스공사는 최초 도입 후 4개월 만인 1987년 2월 도시가스용 천연가스를 최초로 공급하게 된다. 2002년엔 전국 천연가스 공급배관망 1단계 사업을 완료하기에 이른다. 들여온 가스를 전국으로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에 천연가스를 처음 도입한 지 정확히 16년 만이다.
현재 주배관 거리만 2853㎞에 달하고 건설 중인 것까지 더하면 지난 8월 기준으로 3908㎞다. 전국에 운영 또는 건설 중인 공급관리소만 297개다.
1983년 8월 설립 이후 가스산업 기반조차 없던 상황에서 30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LNG 생산기지를 보유한 기업이 된 것이다.
가스공사는 인천과 평택 · 통영에 3개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고 삼척에 한 개 기지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인천과 평택 · 통영 기지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들여오는 것을 받아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권 · 서남해안을 담당한다. 향후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천연가스(PNG)는 삼척으로 들어오게 되며 동해안 지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가스공사는 탐사 및 개발 · 생산 등에 직접 진출해 지난해 1.5%였던 천연가스 자주개발률을 2017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천연가스 찾아 해외로=천연가스는 국내 에너지 사용량의 15%를 차지한다. 제9차 장기수급계획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추가 도입물량은 연간 484만톤에서 948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존 LNG 도입선이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카타르와 말레이시아 · 오만 · 인도네시아 4개국에서 국내 도입량의 80%를 들여오고 있다.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관건이다.
현재 가스공사는 총 10개국 13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유전 · 가스전 탐사 및 개발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과 LNG 도입과 연계한 프로젝트에 지분투자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현재 개발단계인 캐나다 엔카나 프로젝트는 가스공사가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이라크 유전 · 가스전 3차 입찰에서 아카스와 만수리아 개발 가스전을 낙찰받기도 했다.
가스공사는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지역 에너지 사업 진출도 추진 중이다.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연간 750만톤에 이르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도입한다는 목표로 가즈프롬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여오는 PNG는 액화와 기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경제적이다. 실제로 공동연구 결과를 보면 투자비도 34억달러로 LNG의 절반이며 25년 운영비의 경우 11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양사는 지난 8월 부사장급 공동실무회의를 갖고 공동연구 결과 의견을 최종 확인했으며 이달 안으로 로드맵 수립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작성된 로드맵을 토대로 2012년 공급시기와 물량, 가격공식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각서(HOA)와 가스매매계약서(SPA)를 체결키로 했다. 이어 2015년까지 공급 인프라를 구축, 늦어도 2017년에는 가스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라=무한경쟁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것은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가스공사는 석탄층 메탄가스나 셰일가스 등 비전통 천연가스 개발에 나서는 한편 주력사업인 천연가스를 활용한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가정용 연료전지 모니터링 사업과 가스냉방 보급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연구원에서는 천연가스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만든 대체연료인 디메틸에테르(DME)와 가스하이드레이트 탐사 및 기술개발도 수행 중이다.
공사는 이와 함께 20년 이상 축적된 가스플랜트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활용한 해외 기술수출 사업 등 신수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이나 GS건설 · 대우엔지니어링 등 국내 민간기업과 동반진출을 통해 국가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장기적인 사업으로는 직접 투자 및 운영사업을 들 수 있다. 가스공사는 현재 삼성물산과 함께 총 62.5%의 지분을 투자, 멕시코 LNG 생산기지 투자 및 운영사업을 BOO(사업자가 플랜트 건설 · 소유 · 운영을 총괄)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사업규모는 작지만 태국과 중국 · 싱가포르의 LNG생산기지 시운전 및 교육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포석이다.
주강수 사장은 “앞으로 키프로스 LNG생산기지 투자사업과 호주 위트스톤 액화플랜트 LNG저장고 건설사업 등에 참여하는 등 해외 투자 및 기술사업을 적극 발굴해 신규 수익원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르포: 인천 생산기지
인천 송도, 바다를 메워 만든 8.7㎞의 방조제 끝에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한국가스공사 인천 생산기지가 자리하고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나온 길 밑으로 대형 가스배관이 지나간다고 한다.
기지 입구를 지나면 오른쪽에 고깔 형태의 전망대와 가스과학관이 마련돼 있다. 연간 1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8월 새롭게 단장했다.
과학관에서는 LNG에 대한 편리성과 안전성 · 친환경성을 시청각 자료는 물론이고 체험 시설을 통해 알려준다. 특히 전문 홍보담당자가 보여주는 마술과도 같은 LNG의 특성 소개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공기보다 가벼운 특성 때문에 누출돼도 창문만 열어놓으면 된다. 불이 붙어도 폭발 위험이 없다. 금붕어가 들어있는 어항에 영하 162도의 LNG를 부어도 물의 표면만 얼뿐 금붕어는 멀쩡하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기지 내 20개의 원통형 LNG저장고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중 절반은 지상식이고 나머지는 지중식이다. 지상식 저장고 1기의 체적이 장충체육관 정도라고 한다.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가스인지라 안전시설 대비도 충분히 갖췄다.
콘크리트 벽두께만 1m로 2톤의 물체가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부딪쳐도 끄떡없다. 균열로 LNG가 외부로 누출될 경우 거품을 배출해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 화재를 방지한다. 20기 중 10기는 지중식이라 외부로 샐 염려도 없다.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해 자체 소방차 3대가 24시간 대기상태다.
지붕 위에는 2개의 동심원 형태의 가느다란 배관이 얹혀 있다. 더운 여름 복사열을 식히기 위한 살수설비다.
과학관을 나서 생산기지 내로 들어갈 채비를 갖췄다. 사실 국가 보안시설 가급인 만큼 출입절차도 복잡하다.
실제 기지 안으로 들어갈 때는 휘발유 차량은 출입금지다. 휘발유 차량 특성상 뒷부분의 머플러에서 스파크가 일어 약한 스파크에도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지 내로 들어가다 보면 오른쪽에 기화된 가스를 재응축해 기화기로 돌려보내는 설비가 눈에 띈다. 새는 가스도 재활용한다는 설명이다. 맞은 편 쪽에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실험용 지상식 LNG저장고가 자리하고 있다. 기존 것에 비해 10분의 1 크기다.
바다 쪽으로 꺾어 하역부두로 들어갔다. 양쪽으로 배관이 늘어서 있다. 부두까지만 해도 1.2㎞다. 왼쪽은 1부두, 오른쪽이 2부두다. 2부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배도 접안할 수 있다.
LNG수송선은 없었지만 하역할 때 5개의 하얀색 로봇 팔처럼 생긴 설비가 배와 연결, 배관을 통해 저장고로 보낸다고 한다. 보통 하역하는데 10~12시간 정도 걸린다.
하역 부두를 빠져나오면 바닷가 쪽으로 설치된 빨간색 탑에서 작은 불기둥이 타오르고 있다. 저장고 내 압력을 조절하는 용도다.
출구에 다가갈 때쯤이면 왼쪽으로 부취설비가 자리하고 있다. 가스 누출 시 사용자들이 냄새로 알아차릴 수 있게 무색무취의 LNG에 야릇한 냄새를 섞는 것이다.
출구 쪽에는 생산기지의 두뇌인 중앙조정실이 있다.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으며 모든 설비를 원격으로 제어한다. 옆으로는 연구원이 자리하고 있다. LNG 저장고 기술과 디메틸에테르(DME),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신기술에 대한 R&D를 진행하고 있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인천 생산기지를 둘러보는 시간은 실제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국가보안시설 가급이 말해주듯 국가 에너지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샅샅이 둘러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에너지 자립을 위한 가스공사의 노력과 위상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화석연료로 녹색세상을 만드는 가스공사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LNG 알아보기
LNG는 말 그대로 지층에 있는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하 162도 이하로 온도를 낮춰야 한다. LNG는 채취-액화-수송-하역 및 저장-기화의 과정을 거친다.
수송선에는 액체형태로 실린다. 액화하는 것은 체적이 60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생산기지에서는 액체상태로 운송, 저장돼 기화설비를 거쳐 배관을 통해 공급된다. 이때 바닷물을 배관 사이로 통과시켜 기체형태로 만든다.
LNG의 특징은 우선 공기보다 가볍다. 사용 시 대기 중에 누출돼도 금방 날아가 버려 사고 위험성이 매우 낮다. 설사 불이 붙어도 폭발 위험이 없다. 일정 농도 사이에서만 점화될 뿐이다. 오히려 많이 샐수록 불이 붙지 않는다.
반면에 가정용 연료인 액화프로판가스(LPG)는 공기보다 무거워 누출됐을 때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불이 붙는 농도 범위도 넓어 쉽게 불이 붙어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크다.
LNG에서 나는 냄새는 누출에 대비해 생산기지에서 인위적으로 냄새를 첨가한 것이다.
LNG는 또 불꽃 조절이 쉽고 열효율이 높아 경제적이다. 특히 발열량이 균일해 열을 이용한 제품의 경우 품질 향상이 가능하다.
지하에 매설된 배관으로 공급, 연료 수송에 따른 교통난도 없고 공급 중단 우려도 없다.
또 연소기기까지 배관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별도 연료저장 설비가 필요 없고 연소기기 자체 설치면적도 적다.
연소 시에도 수증기와 탄소가스만 발생, 별도의 폐기물 처리시설과 인력이 필요 없어 전 과정에서 환경친화적이라는 평가다.
<표>연료별 공해물질 비교(단위 : ppm/만㎉)
<표>유 · 가스전 탐사 및 개발 참여 현황
* Tcf : Trillion Cubic Feet (1Tcf = 약 2,200만톤)
<표>국내에 들여오는 천연가스 생산국가 현황
) FOB : Free On Board (본선인도조건 계약)
) DES : Delivered ExShip (물품인도시 소유권인도조건 계약)
3) PNG : Pipeline Natural Gas (파이프라인으로 운송되는 천연가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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