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유금속을 대체하는 국산 기술이 속속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인듐, 리튬 등 희유금속은 디스플레이, 2차전지, 터치 등 전자부품 핵심 소재로 이용되는 물질로 최근 공급 부족을 겪으면서 국제 시세가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희유금속을 일반 금속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해 부품 · 소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SKC 등 대기업은 터치스크린 핵심 소재인 투명전극필름을 인듐주석화합물(ITO)에서 폴리머 등 도전성 고분자 물질로 대체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도전성 폴리머는 쉽게 말해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으로 터치스크린은 물론이고 디스플레이 · 전자종이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터치스크린 투명전극 필름으로 이용되는 ITO(indium tin oxide)필름은 인듐을 주원료로 하는 소재다. 인듐은 세계적으로 희소한 자원을 대표하는 물질로 중국이 세계 매장량의 70%를 보유하고 있다.
아연 정밀화학 전문업체 SBC는 `나노 산화아연(ZnO)`으로 ITO를 대체했다. 나노 산화아연은 알루미나(Al₂O₃)와 혼합하면 기존 전극물질로 사용되던 ITO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생성된다. 이 회사는 경기도 안산공장에 월 5톤 규모의 나노 ZnO 생산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그동안 그램 단위 실험실 수준 생산을 추진한 업체는 있었지만 킬로그램 이상 대량 생산에 성공한 것은 SBC가 처음이다.
EMW에너지는 희유금속인 리튬 대신 아연으로 2차전지 개발에 성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배터리 소재는 니켈수소와 리튬으로 양분할 수 있는데 점차 리튬전지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리튬 2차전지가 갖고 있는 물질 특성의 한계와 높은 가격 등으로 세계적으로 대체물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 업체가 개발한 공기아연전지는 공기 중의 산소와 전지 내부의 아연이 반응해 전류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주로 전기차 · 군용 통신기기 등에 사용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10여 업체가 개발 경쟁을 벌이는 유망 기술이다.
류병훈 EMW에너지 사장은 “희유금속은 국내에 매장량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공급망관리에 불안한 점이 많다”면서 “비싼 희유금속을 대체하는 국산 기술이 더 많이 개발돼야 국내 부품 · 소재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희유금속 시장은 최근 중국 정부가 희토류에 20%의 수출 관세를 부과하고, 연간 수출량을 3만5000톤으로 제한하면서 들썩이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화면을 연마하는 데 쓰이는 산화세륨의 국제 가격은 지난 1월 ㎏당 4.2달러에서 9월 36.4달러로 단숨에 766% 뛰었다. 2006년 평균가격(1.5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24배나 올랐다. 영구자석에 들어가는 디스프로슘도 연초 ㎏당 142달러 선에서 현재 39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형수 · 안석현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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