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PC시스템, 전국 PC방에 깔면 연간 1000억원 절약효과

Photo Image
그린PC시스템의 핵심인 랙PC. 예전 모니터 옆이나 책상 아래에 개별로 있던 PC본체가 랙에 가지런히 설치돼 있다.

국내 보급된 3000만대의 PC중 10%만 녹색 옷을 입혀도 발전소 수십개에서 만들어내는 전력을 줄일 수 있다. PC에 에너지 다이어트 바람이 분다. 민관합동 `그린PC`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전국의 업무용 · 가정용 · 오락용 PC를 그린PC로 전환하기 위한 대역사가 시작됐다. PC 본래 기능은 그대로 구현하면서도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저탄소 녹색성장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시장수요 창출로 침체된 PC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는 그야 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다. 국내 성공모델이 만들어지면, 향후 해외 수출시장도 크게 열릴 전망이다.



그린PC는 따로 떨어져 있던 PC 본체를 집적화하고, 지능형 전원공급장치(PSU)를 통해 직류(DC)를 한 곳에 집적된 본체들에 일괄 공급함으로써 전력 손실을 최소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정부 시범사업은 최근 대구 PC방에서 시작됐지만, 여러 대의 PC를 동시에 사용하는 학교나 사무실 · 콜센터 등에 모두 적용 가능한 모델이다.

통상 일반 PC가 본래 기능과 동작을 위해 쓰는 전력은 공급되는 전력의 60% 정도 밖에 안 된다. 40%는 그냥 소실되거나, 불필요하게 공급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린PC는 전력효율이 90%에 육박한다. 같은 100의 전력을 공급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30% 가량의 에너지 세이빙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린PC에 적용되는 핵심 요소는 △자율 전력 관리기술 △랙(Rack)형 PC 구성기술 △그린PC플랫폼 △그린 콘텐츠관리 기술 △동적 사용자관리 기술 등이다. 그린PC의 심장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전력관리는 그린PC 운용상 나타날 수 있는 다운이나 시스템 오류를 막기 위해 실시간으로 소비전력과 성능을 모니터링하면서 이뤄진다.

또 하나의 중요 부분인 랙형 PC 구성 기술에는 중앙DC 전력 공급, 온 · 습도 모니터링, 랙 전원 관리 기술 등이 포함된다. 그린PC 플랫폼으로는 DC전원을 비롯해 저전력 프로세스 · 그래픽카드 · 디스플레이 등 전력소모가 적은 기기와 하드웨어 등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시스템 관리 및 소프트웨어 설치 등의 그린콘텐츠 관리와 사용자 동작 할당 등 동적 사용자 관리기술 등이 합쳐져 온전한 형태의 그린PC를 완성하게 된다.

◇전국 PC방에 다 적용하면 연 1000억원 절약=이 처럼 여러 기술이 녹아있는 그린PC 시스템을 60대 PC가 깔린 PC방에 전량 교체 투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전기료는 월 평균 37만원, 연간 약 440만원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한곳 당 평균 60대 PC를 기준으로 전국 2만2000개 PC방에 모두 적용한다면, 연간 전력 절감규모는 1188GWh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050억원에 달한다. 이는 약 58만8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로, 소나무 6400만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0월부터 PC설비의 대형화, 고사양화에 따라 급증하는 전력소비량을 절감하고 클라우드컴퓨팅 활성화를 위해 그린PC시스템 보급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최근 대구 락PC방을 시작으로 인천 · 광주지역의 PC방 및 대학 전산실습장 등 4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수요 창출과 수출산업화 가능=그린PC사업 추진 실무기관인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는 서울 상암동 전자회관에 그린PC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가동할 계획이다.

고효율 전원공급장치(PSU)나 셋톱박스 · DC전압 공급기 등의 핵심 기자재를 개발하고서도 실제 PC방이나 사무실 등 공용 PC환경에서 시험해 볼 수 없는 기업들에게 이 테스트베드를 개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그린PC 관련 기자재 및 시스템 개발업체의 개발을 돕고, 사업화까지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그린PC가 단순히 PC 집적화를 통한 에너지절감 효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파생산업 효과까지 안고 있다는 뜻도 된다.

침체된 국내 PC산업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신규 수요 창출을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는 이처럼 국내 PC산업계에 새로운 수요 창출을 통해 시장을 열어주고, 경쟁력 있는 플레이어가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줄이고, 신규 시장까지 만들어 기업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국내에서 확인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도 적극 공략할 수 있다. 중국에는 우리나라 보다 5배나 많은 11만개 가량의 PC방이 존재한다. 우리 자체적으로 확보한 기술로 그린PC 사업을 확대하고, 그것을 통해 확실한 에너지 절감 효과를 입증해 보인다면 우리의 그린PC 시스템과 기술 · 비즈니스 모델은 곧바로 수출될 수 있다.

양병내 지경부 정보통신산업과장은 “정부는 관련 기술 보유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 육성하고 시범사업 확산을 통해 시장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그린PC가 국내용 사업이 아니라 수출산업으로 커갈 수 있도록 정책적 힘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린PC 초기 확산이 중요=지경부는 오는 2013년까지 그린PC 핵심기술 및 시스템 연구개발(R&D)에 매년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을 높인 기술과 기자재가 빨리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지난달 대구지역 시범사업 추진 발표에 이어 이번 달에는 그린PC 시스템 보급 · 확산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1차 시범사업 4곳에 이어 2차로 경기도청 교육장, 부산 소방본부 상황실, 인천 지역 대형 PC방 2곳 등 총 4곳에 추가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실제 이용자들이 에너지절감 효과를 확인하고 쾌적한 PC사용 환경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끔 하는 것 보다 더 좋은 홍보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지경부와 진흥회는 또 지난달 말 관계자들을 중국 현지에 파견, 중국 PC방 실태조사를 벌이고, 우리나라 그린PC 모델의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점검했다. 중국내 11만개의 PC방 중 단 1%시장만 잡아도 1100곳(PC방 당 PC 100대 기준 총 11만대) 규모의 그린PC 시스템 수요를 얻을 수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Photo Image
그린PC 설치 1호점인 대구 락PC방에서 시스템 개발사 관계자가 핵심 장치인 PSU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Photo Image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