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중앙화 방식으로 문서혁신을 추진했던 1세대 기업들이 최근 들어 전략 수정에 나섰다. 직원 PC에 문서를 자유롭게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아예 원점에서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고 새롭게 시작한 곳도 있다. 2008년 중반부터 2010년 중반까지 문서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포스코와 LG디스플레이, SK텔레콤, 하이닉스반도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문서의 중앙 저장 및 관리 방식은 다르지만 문서 중심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보안을 강화한다는 목표는 동일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특성상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만큼 강제적인 조치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등 시행착오도 겪었다.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와 복잡한 업무절차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문서혁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들 기업은 잇달아 고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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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스코는 문서관리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의 모든 문서가 중앙서버에 저장되도록 했다. 직원 PC에서 생성된 문서는 서버에 자동 저장되며, 저장 용량은 100MB만 일괄 제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업무 환경에 직원들의 불만은 누그러지지 않았고 결국 각 부서별 업무 특성을 고려해 PC 저장 허용량을 차별화했다.
#2. LG디스플레이도 임직원들이 생성하는 모든 문서를 사용자 PC가 아닌 중앙 서버에 저장 · 등록하도록 해 협업 환경을 구축했다. 하지만 복잡한 분류 체계와 등록 과정 때문에 오히려 불편해졌고 업무 생산성도 저하됐다. LG디스플레이는 1차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판단, 새로운 분류체계를 정하고 등록 과정 또한 기존의 20% 수준으로 줄였다.
#3. SK텔레콤 직원들은 문서중앙화 이후 문서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기는 쉽지만 필요시 PC에 다운로드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SK텔레콤은 문서를 강제적으로 서버에 저장하던 정책을 없앴다. 중앙 서버와 개인 PC의 문서는 실시간으로 자동 동기화된다.
◇이유 있는 문서혁신 전략 수정=국내 문서혁신 프로젝트 열풍은 포스코가 불을 지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코는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을 도입하면서 문서의 저장관리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보안 문제를 원천 차단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회사에서 생성되는 모든 문서를 중앙 서버에서 단일 관리하도록 문서중앙화 전략을 고수했다. 또 직원들이 생성하는 문서를 개인 PC가 아닌 중앙 서버에 일괄 저장시키는 일대 변혁을 꾀한 것이다.
포스코의 문서관리혁신 사례는 운영 1년이 지나지 않아 제조기업 중심으로 확산됐다. 말 그대로 `포스코처럼 문서중앙화를 해보자`가 유행이 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포스코를 방문했으며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하이닉스반도체, SK텔레콤, 동국제강 등이 줄이어 문서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포스코를 비롯해 올해 상반기까지 문서관리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이른바 문서중앙화 추진 1세대 기업들은 문서의 전사 공유를 통한 협업 환경 구축과 보안 강화를 목표로 했다. 또 대부분 포스코의 초기 문서관리혁신 모델을 그대로 수용해 ECM 혹은 EDMS와 PC저장통제 솔루션을 채택했다. 최근 들어서는 초기 문서중앙화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는 것 역시 공통점이다.
◇사용자 관점에서 편의성 강화 및 동기 부여=이 1세대 기업들은 중앙 서버의 저장 원칙은 고수하지만 문서 분류체계와 강제성에서는 유연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문서중앙화를 위한 PC 저장 제한 정책에 예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포스코부터 100MB의 PC 저장 용량 제한을 풀었다. 100MB로 일괄 제한함에 따라 문서 발생이 많은 부서에서는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연구개발(R&D)팀의 경우 기가바이트(GB)급 저장 용량을 제공하는 등 부서 특성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또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어도비 플렉스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 그룹 전체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용자 편의성은 LG디스플레이가 전략 수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포스코를 벤치마킹했던 LG디스플레이도 최근 문서혁신 프로젝트를 원점화했다. 직원들의 불만은 익히 예상했던 바지만 생산성마저 위협하는 등 시간으로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차 프로젝트를 실패라고 판단한 LG디스플레이는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 많은 불편을 호소했던 사용자(직원)들을 참여시켜 직접 문서관리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 참여에 따라 문서 저장의 분류체계나 등록 과정을 대폭 줄였다. 또 이메일로 문서파일을 첨부할 때 실제 파일을 첨부하는 대신 파일 위치가 담긴 URL 정보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현신균 LG디스플레이 전무는 “1차 프로젝트는 통제와 관리 관점에서 추진돼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며 “진정한 문서혁신 프로젝트는 사용 편이성과 업무 효율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전략을 사용자의 관점에서 수정 변경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사용자 불만이 클 것으로 우려해 처음부터 자율성을 보장했다. 반드시 공유해야 하는 문서들만 중앙 서버에 저장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일부 부서에 한해 문서를 PC 아닌 서버에만 저장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다른 기업들과 역방향으로 진행하는 셈인데, 이러한 접근법으로 문서를 PC 아닌 중앙 서버에만 저장하는 것에 대해 직원들이 큰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자율성을 보장했다. 초기 프로젝트에서도 개인PC에 자유롭게 저장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중앙 서버에 저장 가능한 공간을 제한하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효과가 입증되면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개인별 2GB와 부서별 20GB를 제공하고 있다.
이석인 SK텔레콤 ECM담당 매니저는 “문서관리 혁신은 기업의 목표와 구성원의 자발적인 필요가 균형을 이뤄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문서중앙화 환경을 사용해야 하는 동기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세대 문서중앙화, 내년 `활황`=1세대 기업들의 전략 변화는 최근 문서혁신 작업에 착수한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2세대 추진 기업들은 `포스코처럼`이 아닌 `우리답게`를 외치며 자사 환경과 기업 문화를 적극 반영한 전략 수립으로 시행착오를 줄이려 하고 있다.
지난 8월 문서혁신 프로젝트에 착수한 CJ제일제당은 예외적인 업무 상황을 고려했다. 중앙 서버에 모든 문서가 저장되는 게 원칙이지만 출장이나 현장 영업 등 네트워크 접속이 안 되는 경우를 고려해 개인 PC에 일정 용량의 문서를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저장된 문서는 이메일로 보내거나 USB 등 외부저장매체로의 복사도 불가능하다. PC 내에서는 얼마든지 열람 및 작업이 가능하지만 외부로의 전송은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CJ제일제당은 본사 경영지원실 11개 팀을 시범사업 부서로 선정했다. 해당 임직원은 350명 정도다. 김용탁 CJ제일제당 부장은 “가장 변화가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지원실을 선택했다”며 “경영지원실도 적극적인데 다른 부서에서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경영진들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내년 3월 1차 오픈하고 이후 3단계에 걸쳐 전사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전사 프로젝트 완료는 내년 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문서관리혁신을 추진한 SK홀딩스는 하이닉스반도체와 같은 방법을 선택했다. 문서의 중앙 강제 저장은 제외시킨 것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최근 문서중앙화 작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1차 시범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점진 확산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도 문서혁신 프로젝트에 최근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S칼텍스, 현대자동차도 최근 문서관리혁신 프로젝트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GS칼텍스는 올해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내년 7월까지 전사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문서혁신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목표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문서중앙화를 통해 지식관리시스템(KMS)을 고도화한다거나 향후 모바일 협업 공간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문서중앙화 혹은 문서공유로 업무 성과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목표 범위가 중요하다. SK텔레콤의 경우 문서중앙화를 통해 기업지식포털(EKP)을 구축하고 축적된 문서(지식)을 맞춤형 제공해주는 `개인화된` EKP 시스템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생각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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