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실감미디어] 실사 촬영 현장

실사를 3차원(3D) 입체 영상으로 촬영하는 현장은 2D 촬영 현장과는 확실히 달랐다. 카메라 크기가 훨씬 크고 렌즈가 두 개라는 점 외에도 현 기술에서 3D를 보다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작업이 추가됐다. 가장 독특한 점은 `데이터 관리`였다. 큐 사인이 들어가기 전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 데이터를 측정하고 관리했다.

그렇게 측정된 데이터가 기록된 판이 큐사인과 함께 촬영되고서야 비로소 촬영이 시작된다. 지난 여름, 기자가 동행한 3D 다큐멘터리 `앙코르 문명` 촬영 현장을 중심으로 3D 실사 촬영 과정을 소개한다. 촬영 전 데이터 작업은 추후 CG를 비롯한 후처리 작업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데이터를 일일이 사인 보드에 기록해 촬영을 하기도 하고, 스크립터가 별도의 양식에 따라 일일이 남겨둔다.

여기에서 볼 수 없는 3D 전문 스태프가 등장한다. 3D 스테레오 스코픽(입체 영상) 슈퍼바이저. 소현수 감독은 한 손에는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거리측정기, 또 한 손에는 입체 칼큘레이터(일종의 계산기)를 들고 거리를 측정했다. 가장 가까운 거리와 가장 먼거리를 거리 측정기로 순식간에 측정, 입체값을 정한다. 영점 즉 입체값 제로를 피사체의 어디에 둘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사람에 둘 것인지 사람 앞에 있는 또 다른 물건에 둘 것인지 그것으로 돌출 정도가 결정된다.

`앙코르 문명`의 경우, 돌출정도를 중도적 입장으로 앞으로 돌출보다는 배경의 후퇴 즉 뒤로 멀어지게 해 눈의 피로를 최소화하는 원칙으로 제작됐다. 50분짜리 두 편을 눈의 피로가 없이 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입체값을 정하는 데 TV 브라운관보다는 10M 대형 스크린을 기준으로 했다. 왼쪽, 오른쪽 카메라 간의 간격(IOD)도 체크한다. 3D 스크립터가 정형화된 양식에 촬영되기 전에 이런 각종 정보를 일일이 적는다. 그것도 부족해 매번의 커트별로 이런 정보를 사인 보드에 촬영하여 포스트 작업 시 도움이 되게 한다.

입체 데이터가 정리되면 걸리는 시간은 촬영 초기에 컷당 10분. 2~3분 정도로 줄여가고 있었지만, 급한 경우는 카메라맨의 애드리브로 순식간에 계산, 촬영된다. 감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노하우가 발휘된다.

데이터가 정리되고 나서야 연출의 사인이 떨어진다. 롤(ROLL) 즉 리코더를 돌리라는 뜻. 왼쪽 카메라와 오른 쪽 카메라의 영상 소스가 같은 타임코드(시간) 아래 일치해 두 개의 리코더가 작동한다. 연출자는 다음 레디콜를 부른다. 촬영 직전이니 꼼짝 말고 액션을 준비하라는 예고 Q사인인 셈이다. 그리고 나면 액션 콜이 떨어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실체 연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EBS의 `앙코르 문명` 제작현장에서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이 있었다. 이른바 `안경`이 없었던 것이다. 작은 모니터로 안경을 쓰고 체크해봐야 실제 TV나 대형 스크린에서의 느낌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감에 맡기는 것보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촬영을 하자고 결정, 촬영현장에서는 3D 안경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앙코르 문명`의 제작현장과 달리 생중계 현장에서는 이 같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풀러(puller)다. 스카이HD는 스포츠와 각종 공연을 3D로 촬영하고 있다. 촬영현장 외부에 마련된 중계차에서는 보다 자연스럽게 입체 영상을 맞추는 보정작업이 즉시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2D 생중계 현장과 달리 등장하는 사람이 여기에도 있다. 바로, 풀러다. 영상을 앞으로 당겨 입체감을 준다는 뜻에서 풀러다. 이 풀러는 빨간색 · 녹색 등으로 수시로 변하는 그래프 앞에서 빠르게 손을 놀려 입체감을 보정한다. 풀러는 3D 콘텐츠 제작할 때 포커스와 줌 등 미세한 부분을 조종하는 역할을 한다. 데이터 값이 없고 향후 후처리를 하기 힘든 생중계에서는 순식간에 이를 보정해 주는 풀러가 입체감을 살리는지 죽이는지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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