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진실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사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방문자로 북적거린다. 7월 말 기준 하루 2000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70여일 동안에는 2주기 추모 열기까지 겹쳐 무려 45만명이나 다녀갔다. 그러나 고인의 홈페이지는 연고도 없는 제3자에 의해 운영 관리되고 있다.
지난 3월 온 사회를 비탄으로 몰아넣었던 천안함 사건의 희생 장병 22명이 미니홈피를 운영하면서 온라인에 남겨놓은 유품의 상속 문제가가 또 다른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행 민법에서는 일신전속권(특정 주체만 향유하거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 원칙에 따라 디지털유품의 상속을 불허하고 있다.
이처럼 사자(死者)의 디지털유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법 · 제도와 인터넷 서비스사업자의 준비는 미흡하다. 특히 제3자에 의한 사자의 블로그 · 미니홈피 지속 운영 목적이 개인정보 훼손이나 도용보다는 추모의 성격이 짙어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한 현행 법제도와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디지털유품 상속을 인정하는 법 · 제도 개선과 사업자 공동의 자율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디지털정보`도 일종의 재산권=파일 형태로 저장되는 디지털정보를 상속이 가능한 재산으로 간주하면 상속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대표 발제한 김기중 변호사는 “사자의 디지털유품 처리에 관한 사안은 디지털정보를 재산권으로 인정할 것이냐는 논란에서 출발하다”며 “현재 디지털정보를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유력한 견해지만 디지털정보도 재산권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 근거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 보호 대상을 `자료 또는 정보` 그 자체로 보고 있다는 점 △일정 범위의 정보에 대해서는 무단 사용이 불법 행위라는 점 △온라인게임의 계정을 양도한 경우 대법원도 계정 내의 정보 권한자가 누군지를 가린다는 점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계정정보와 계정이용권은 상속대상으로 보기 어려우나 전자우편 정보, 게시된 콘텐츠 등의 유품은 상속 대상이 된다고 봤다.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 “상속권 선택해야”=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의 34.5%가 사망 후 자신의 디지털유품이 가족에게 전달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사망했을 경우 디지털유품을 상속받기를 원한다는 응답은 66.7%에 달했다(일부만 받고 싶다는 응답 21.8% 포함). 자신이 사망 시 디지털유품이 가족에게 전달되기를 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나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응답이 40%로 가장 많았고,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서 또는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13.6%로 뒤를 이었다.
가족에게 자신의 디지털유품을 남겨주지 않기를 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돼야 해서`가 54.9%로 가장 많아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용자들의 현실을 반영했다. 가족의 디지털유품을 상속받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가족과의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서(26.1%)` `가족을 위해서(23.4%)` `유품이므로(17.4%)`를 꼽았다.
특히 자신이 사망 시 디지털유품 상속자를 지정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절반에 가까운 46.1%가 `지정하겠다`고 답했다. 지정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23.5%에 그쳤으며 모르겠다는 응답도 30.4%였다.
이용자 조사에서 드러나듯 국내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들은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하면서도 디지털유품을 상속할지의 선택권이 이용자들에게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자율로 공통 가이드라인 만들어야=이날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인터넷업계가 공동으로 디지털유품 처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사자의 디지털유품 처리와 관련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의 의무 범위, 디지털유품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세미나에 참석한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윤리과장은 “정부나 국회가 법 · 제도를 만들어 강제하기보다는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가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 트렌드를 반영해 업계 자율 규제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며 “자율 규제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만 법 · 제도를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사회적 비용 발생을 완충하기 위한 사자의 디지털유품과 관련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인혜 전자신문 ETRC 팀장은 “앞으로 온라인 공간은 한 개인의 일생DB로 기능하고 서비스 변화도 급격하기 때문에 디지털유품에 대한 인식, 범위, 처리 기준 등도 계속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업계가 자율적으로 약관을 통해 근거를 마련하되 구체적인 상속 방법이나 후속 처리 등은 별도의 서비스 모델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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