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재 아이엠 사장(58)이 경영의 핵심 가치로 꼽는 것은 `변화와 혁신`이다.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회사인 아이엠이 광픽업 모듈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년이었다. 이 같은 화려한 성과 뒤에는 가죽을 벗겨내고 새롭게 하는 고통스러운 혁신의 과정이 있었다.
변화와 혁신의 첫 번째 대상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신생기업인 아이엠에 필요한 리더는 대기업 임원 출신 사장 손을재가 아닌 IT기업 CEO인 손을재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에게 대폭적으로 권한위임을 하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관리에 익숙한 조직 문화를 자율적인 분위기로 바꾸기 쉽지 않았다.
“미국 출장을 가서 회사 직원들과 식당을 갔어요. 내가 스테이크를 시키니 직원들이 모두 똑같은 걸 주문하더군요. 당시 회사 분위기가 그랬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도 주문 못하는 이런 분위기 아래서는 IT의 핵심 경쟁력인 `창조정신`이 결코 발휘될 수 없다고 판단했죠.”
손 사장은 권위를 바닥에 내려놓고,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직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모습을 점차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놀라운 성과를 일군 능력 있는 직원에게 파격적인 인사도 단행했다. 그동안 시키는 일에만 익숙했던 직원들도 이제는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고도 성장기에는 상명하복 시스템과 관리 · 자금 · 인사 부문이 제일 중요했죠. 그런데 옛 시절은 이미 막을 내렸습니다.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컨베이어 벨트는 끊어졌어요. 이제는 위험을 감수하고 남들보다 먼저 창조의 영역에 발을 내디뎌야 하는 시대입니다.”
손 사장이 이룬 또 하나의 성과는 글로벌 생산거점 현지화 전략이다. 아이엠은 연구개발, 마케팅 등 핵심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을 중국 등 해외에 구축했다. 법인장을 비롯한 한국 직원들은 5년 이상 중국을 경험한 베테랑이다. 중국인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부정부패에도 단호하게 대응한 결과, 중국 진출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나도 남에게 똑같이 대접해야 합니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든 통용되는 `황금률`이에요. 중국 사람에게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현지인들을 관리하면 그들도 바로 알아차립니다. 한국 직원과 똑같이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또 투명하게 회사를 경영하면 부정부패에 연루될 위험도 없죠. 편법을 쓰면 잠시 빨리 갈 수 있지만, 결국 문제가 생기죠. `정도경영`을 해야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회사 설립 5년이 지난 지금. 손 사장은 또다시 `변화와 혁신`의 고삐를 죄고 있다. 회사가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고, 광픽업 모듈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서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지만 동시에 `승자의 위험`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자는 개혁적이지만, 승리한 자는 보수화되기 쉬워요. 실패를 경험한 기업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혁신을 거듭하지만, 성공한 기업은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다 큰 실패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죠. 포드가 T자형 자동차 대량생산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지만, 시장을 무시하고 똑같은 자동차 생산만 고집하다 GM에 일등 자리를 내줬죠. 아이엠도 조금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고 생각해요. 신규 사업 매출이 생각보다 빨리 늘고 있지 않아 최근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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