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그곳은 황무지와 사과밭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만을 따라 형성된 그저 작은 `자연부락`이었을 뿐입니다. 4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 자연부락은 세계가 주목하는 신천지가 됩니다. 샌타클래라, 서니베일, 팰러앨토, 레드우드시티 등은 `미국의 자존심` `세계 IT산업의 대동맥` 실리콘밸리가 되었습니다. 샌타클래라 `밸리`와 반도체를 뜻하는 `실리콘`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1970년대 초반, 이곳 사과밭에서 막일로 돈을 벌던 가난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가 스티브 잡스입니다.
1976년 4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차고에서 애플1, 애플2를 조립합니다. 그 컴퓨터에 당당하게 `퍼스널`이란 이름이 붙을 때만 해도, `한입 베어 먹다가 만` 무지갯빛 애플 로고를 만들 때, 잡스는 빌 게이츠보다 서너 단계 낮은 등급의 벤처기업가였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습니다. IT로 일어나고, IT로 밥 먹고, IT로 생활하고, IT로 잠들 줄 몰랐습니다. 화장실에서조차 IT기기로 영어공부를 하고, 영화를 볼 줄 누구도 몰랐습니다. 그 독불장군이 세계 모든 이의 아이콘이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1985년 9월 휴렛팩커드, IBM의 위세에 눌려 그저 `앞날만` 유망하던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납니다. 세상은 `별종` 하나가 사라졌다고 느꼈을 뿐입니다. 넥스트를 세우고, 그가 `큐브`라는 PC를 만들 때만 해도 잡스는 그저 재기발랄한 CEO였을 뿐이었습니다. 픽사를 인수하고, `따뜻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대박행진을 했지만 대부분 거기가 한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넥스트는 1996년 12월 애플과 합병합니다. 그때도 그는 CEO가 아니라 협력자였고, 이듬해 7월 CEO로 복귀합니다. 애플의 변화는 `실패한 벤처기업가`였던 잡스의 재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1998년 애플 로고에서 `알록달록`한 무지개가 사라집니다. 스티브 잡스가 독해지기 시작합니다. 한국이 종주국이었던 MP3플레이어에 잡스가 손을 댑니다.
아이리버보다 늦었던 잡스의 도전은 아이팟이 나오면서 세계 시장을 바꿉니다. 2000년 이후 잡스의 아이디어에는 디자인이 가미됩니다. 음악을 저장하는 도구인 MP3플레이어에 저작권을, 음반과 영상 · 게임 유통체계를 하나의 큰 그림 속에 묶습니다. 바로 아이튠스와 앱스토어입니다. 수많은 벤처기업가에게 MP3플레이어는 영상저장장치였지만, 잡스는 향후 모바일시대를 향한 도구로 판단했습니다.
그가 옳았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나오고, 이제 잡스는 TV 시장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세상을 묶어낸 스티브 잡스의 `파격`이 세계 IT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는 제품을 디자인한 게 아니라 세상을, 사람의 생활을 디자인한 이노베이터였습니다.
2005년 6월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잡스의 연설은 우리에게 감동과 아픔을 동시에 던져줍니다. “갈구하라,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그의 말을 떠올려 봅니다. 그것은 세상 젊은이와 벤처기업가들에게 던지는 화살이었습니다.
전자신문이 오는 22일로 창간 28주년을 맞습니다. 전자신문의 역사는 한국 벤처기업의 역사와 함께했습니다. 벤처 태동기부터 성장기 그리고 그 고통의 구조 조정기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이제 함께 `어게인 벤처(Agian Venture)`를 외칩니다.
앞으로 전자신문은 잡스의 말처럼 배고파하고, 바보처럼 우직하게 살아가는 벤처의 일상에 시선을 맞추겠습니다. 청년들은 사과밭에서의 잡스처럼 꿈꾸어야 하고, 기업가와 직원들은 지금에 안주하지 말고 더 배고파야 합니다. 1955년생인 스티브 잡스는 지금 쉰 다섯 살입니다. 그는 암이라는 병과 아직도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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