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상징하는 데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있다. 국제자연보호연맹 등에서 전 세계 야생에 살고 있는 2만~2만5000마리 중 3분의 2가 50년 이내에 지구온난화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로 북극곰이다.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누구나 `기후변화를 늦추자` `온실가스를 줄이자` 라고 얘기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잔류 시간은 대략 50~200년 정도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지구적 노력이 성공하더라도 이미 과거에 배출된 온실가스만으로도 향후 수십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2도 정도 상승할 전망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의 의견을 집대성화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4차 보고서 및 스턴보고서는 지구의 온도가 2도 정도 상승하면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해 매년 수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홍수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줄이기만으로는 북극곰의 활동공간인 바다 빙하가 줄어드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개체만이 결국은 살아남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변화된 환경에 최대한 적응하는 것이 눈앞에 닥친 위기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확대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은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도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부문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후변화 문제를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미래를 바로 보는 시각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자연재해 · 건강영향 · 물 부족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에 대비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기후변화의 위기를 새로운 산업개발과 소득창출의 기회로 삼아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 영향을 제일 먼저 실감하고 있는 제주도는 일찌감치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농가에 보급된 망고 같은 아열대 농작물을 재배해 소득을 올리고 있고, 관련 연구소에서는 아스파라거스 등 열대작물을 성공적으로 시험 재배해 향후 새로운 소득원으로서 주목 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물인 망고, 아스파라거스 등이 제주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부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기회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13개 부처 공동으로 범 국가 차원의 국가 기후변화 적응 종합대책을 새롭게 수립하고 있다.
또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전략적 연구 · 정책지원 수행 · 지역별 기후변화 영향에 취약한 분야를 찾아내고 지자체 적응계획의 수립을 지원할 수 있는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녹색성장을 선포한 지 2주년이 되는 시점이지만 아직도 녹색성장이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제주도 사례를 보더라도 녹색성장은 우리 생활에서 떨어져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색성장은 우리 옆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 jhgabriel@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