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카의 계절이 왔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는 지붕이 없는 자동차였으며, 지금도 진정한 스포츠카는 오픈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국내 메이커에서는 아직 독자 개발한 오픈카 모델이 없다. 아직까지 국내 보급도 미흡해 많은 이들이 오픈카를 타는 환상을 꿈꾸고 있다.
오픈카를 타기에 가장 좋은 계절인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소프트탑 컨버터블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드탑 컨버터블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소프트탑 컨버터블은 직물로 된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한 오픈카를 말하며, 하드탑 컨버터블은 금속 재질의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한 오픈카를 말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SLK를 하드탑 컨버터블로 양산하기 전까지 오픈카의 지붕은 직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소프트탑 컨버터블은 지붕을 덮었을 때, 상대적으로 밀폐성이 떨어져 소음이 크거나, 심할 경우 비가 새는 경우도 있다. 추위와 더위에 약하고, 직물 지붕의 관리가 쉽지 않은 단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개발되는 소프트탑은 밀폐성과 내구성이 극도로 좋아져서 하드탑 컨버터블은 물론 쿠페와 견주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 등장했다.
소프트탑 컨버터블의 장점도 많이 있다. 상대적으로 지붕의 무게가 가볍고, 차량의 무게 중심이 낮으며, 지붕을 닫았을 때와 열었을 때 앞바퀴와 뒷바퀴에 걸리는 무게 차이가 크지 않아 어떤 상황에서든지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붕을 열고 닫는 시간이 짧으며, 특히 저속에서는 주행 중에도 지붕을 열거나 닫을 수 있어 편리하다. 또한 구조상 넓은 면적을 덮기가 쉬어 뒷좌석까지 충분한 공간을 갖춘 4인승 차량에도 적용이 용이하다.
반면, 하드탑 컨버터블은 위의 경우와 거의 반대여서 지붕을 덮으면 쿠페에 가까운 정숙성과 밀폐성을 자랑한다. 그래서 흔히 쿠페와 컨버터블을 동시에 갖추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붕이 무겁고, 무게 중심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지붕의 개폐에 따라 앞뒤 중량 배분이 크게 바뀌어 주행 특성이 달라지기 쉽다. 또한 지붕을 개폐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안전상 차가 정차한 상황에서만 작동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인승 모델에도 하드탑 컨버터블을 장착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뒷좌석이 협소한 경우가 많다.
SLK 데뷔 이후 여러 메이커들이 앞다투어 하드탑 컨버터블을 출시해, 지금은 벤츠 SLK, SL클래스, BMW 3시리즈 컨버터블과 Z4, 폴크스바겐 EOS, 볼보 C70, 크라이슬러 세브링 컨버터블, 푸조 207CC, 308CC 등이 도로를 누비고 있다. 아우디와 포르쉐 등은 소프트탑을 고집하고 있는데, 포르쉐 소프트탑은 하드탑 컨버터블보다 더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소프트탑 컨버터블과 하드탑 컨버터블 중 어떤 형식의 차량으로 오픈카의 꿈을 실현할 지 고민해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가을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