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15억달러 규모였던 히트펌프 시장은 연평균 8%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2012년에는 1700억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2008년 대형 조선시장의 규모인 600억 달러의 약 세배에 달하는 수치다.
히트펌프 시장이 성장 일로에 들어선 것은 기후변화대응이 전 지구적인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냉난방 분야에서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를 절감 할 수 있는 대안으로 히트펌프의 역할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에너지지구(IEA) 히트펌프센터는 히트펌프에 의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절감 잠재력은 약 18억 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히트펌프 기술개발과 보급 확대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가 됐으며 각국의 경쟁과 시장 확대 노력 또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히트펌프 시장 규모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2009년 1조8000억엔 이었던 히트펌프 일본 시장은 2015년에는 2조엔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주택 분야 시장에서 룸에어컨과 주택용 에코큐트, 히트펌프식 온수 바닥난방, 지중열 이용 히트펌프의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업무 · 산업 분야 시장에서는 시스템 에어컨 · 가스 히트펌프 · 멀티 에어컨 등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특히 히트펌프 관련 기술에서도 세계최고 수준에 올라서 있다. 일본의 히트펌프 업체들은 냉난방 동시형 · 축열형 · 냉매직접간접 혼합형 · 급탕전용형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보급했고 친환경적인 HFC냉매로 완전히 대체해 우리나라 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2~3년 정도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이 이처럼 히트펌프 분야에서 선진국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히트펌프 방식의 냉난방기기가 연료연소형 기기와 유사한 수준의 효율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이후에도 1999년 `탑 러너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 히트펌프 제조업체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해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
특히 일본은 현재 수준으로도 에너지효율이 높은 히트펌프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더욱 혁신적인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효율 2배, 비용 50%`를 목표로 초고효율 히트펌프의 기술개발 로드맵을 제정하고 올해에는 `차세대형 히트펌프시스템 연구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유럽시장도 최근 히트펌프의 주요 시장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유럽에서는 대부분 스페인이나 남부 프랑스 · 이탈리아 등 지중해 국가에서 팔렸으나 히트펌프의 가격하락과 기능 향상, 유가와 전기요금의 급상승, 늘어가는 환경적 우려 때문에 유럽전역에서 히트펌프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다양한 국가에서 히트펌프 시장이 매년 10% 안팎 그리고 향후 10년간 그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과 노르웨이 · 프랑스 · 독일 · 핀란드와 같은 일부 유럽 국가들은 히트펌프의 사용을 증진시키기 위한 장려정책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재생에너지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에 세금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마련, 히트펌프의 보급 증가를 유도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규제 요소가 엄격한 재생에너지열법을 2009년 1월부터 시행, 신축건물에는 히트펌프를 포함한 재생에너지열의 도입을 의무화했다. 독일은 이와 함께 히트펌프설치를 위한 초기 비용의 10%를 보조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주택과 업무용 건물의 히트펌프 열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재생열의 고정가격 매수제도`를 2011년부터 실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또한 최근 히트펌프 에어컨의 주요 시장으로 성장했다. 1500만대에 이르는 냉방기 시장에서 히트펌프 에어컨은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갈수록 증가하는 생산량이 생산비용을 낮추고 있어 히트펌프 가격은 냉방만 가능한 제품 가격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중국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나서 히트펌프 시장 창출을 이끌고 있다. 냉난방기기에 대한 에너지효율등급제를 실시하면서 효율이 우수한 히트펌프 방식의 기기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각 도시들 또한 지역적 특성에 맞는 히트펌프 개발 및 보급 정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베이징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바닥면적규제조치에 따라 히트펌프 시스템을 채택한 건물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온수 히트펌프시스템을 사용하면 1㎡당 35위안(4.38달러)이며 지열 히트펌프와 재생온수 히트펌프 시스템을 사용하면 1㎡당 50위안(6.26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중국 북동부의 도시인 다롄은 해수 히트펌프 시스템을 도입한 `균형선도도시`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70%의 보조금을 지원 받고 있다.
중국 북동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선양 역시 도시 내 지열 히트 펌프 시스템 보급을 위한 세부계획을 수립했으며 산둥지방의 해안도시인 칭다오 또한 해수 히트펌프의 대규모 도입을 진행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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