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분은 애플의 덕을 봤다고 한다. 그러나 휴대전화 부분은 정반대의 평가가 따랐다.
덕을 본 이유는 애플이 삼성의 반도체 부품에 대한 고객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분기 5조원 이상의 놀라운 영업이익 가운데 2조7천억원이 반도체 분야에서 나왔다.
휴대전화 부분의 상황은 다르다. 국내외에서 기세등등한 아이폰 앞에 삼성전자의 옴니아 시리즈 등 스마트폰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실적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의 비판 또한 거셌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달라지는 분위기다. `갤럭시S의 국내 판매량 60여일 만에 90만대 돌파`, `미국 판매량이 한 달 반 만에 100만대 돌파` 등의 소식이 전해졌다. 먹구름이 드리워졌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 햇살이 비치는 소식이다.
이에 휴대전화 부분에서도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관계를 달리 보는 해석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부분도 애플 덕을 봤다는 의견이다.
최근의 실적은 애플과 비판적인 소비자가 있었기에 스마트폰 부분에서 가진 역량에 비해 준비가 부족했던 삼성전자가 자극을 받아 빠르게 대응한 결과인 셈이다.
휴대전화 부분 부동의 세계 1위이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갈지자걸음을 하는 노키아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연세대 강정수 박사는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대중화시켰다면, 적시에 시장에 진입한 삼성전자 등 일부 제조사들은 결과적으로 애플 덕을 보는 셈"이라며 "삼성전자가 자존심이 상했을지 몰라도 빠르게 대응해 이득을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지만, 애플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를 가질 필요가 없는 셈이다.
◇`마불정제` 채찍은 애플?=삼성은 최근 신경영 17주년을 맞아 내세운 화두는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인 `마불정제`다.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가 말굽을 멈추지 않고 가속도가 붙은 데는 애플이라는 `채찍`이 작용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키아를 무섭게 따라잡으면서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었으나, 모바일 생태계를 재편하며 무섭게 부상한 애플 때문에 극복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는 2007년 출시된 아이폰보다 먼저 블랙잭이라는 스마트폰을 내놓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었으나 소비자의 별다른 반응을 이끌지 못했다.
윈도 모바일6 기반의 옴니아2 역시 반응이 좋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나왔던 같은 OS 기반인 HTC의 HD2에 비교해도 터치감과 속도가 확연히 떨어졌다.
특히 국내에서 불은 아이폰 열풍에 마케팅 차원에서 적극 대응했지만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던 삼성이 반년 여 만에 갤럭시S를 출시했다. 대체로 아이폰4에 비해 디스플레이와 터치감, 속도 등의 면에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내려졌다. 외신의 호평도 이어졌다.
특히 이전 모델이 옴니아 시리즈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빠른 대응력이 놀랍다는 반응도 나타났다.
이 같은 대응의 기반에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SW)에 대한 기본적인 인력과 콘텐츠를 보유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SW 부분은 삼성전자 내에서 비주류였고 규모도 작았지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만한 기반 정도는 닦아왔다는 분석이다. 물론 올해 삼성전자는 SW 인력을 무섭게 채용하는 추세다.
소비자로서도 삼성전자의 빠른 대응은 편익 증대의 효과가 있었다. 애플이 대체로 1국 1통신사 정책을 가져가는 만큼, 여타 통신사 고객의 욕구를 만족하게 해준 제조사는 아직 삼성전자와 HTC, 모토로라 등 몇 개에 불과하다.
강정수 박사는 "아이폰을 유통하지 않는 통신사로서는 삼성전자와 HTC, 모토로라 등은 구세주"라며 "삼성전자는 애플의 방식을 따라가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반면, 노키아는 자신의 방식을 고수해서 쇠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적인 바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웨이브폰 등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하면서도,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삼성전자의 선택은 현재로서는 먹혀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휴대전화 시장의 생태계가 애플과 구글이 재편한 가운데, 구글의 등을 업으면서 아이폰을 따라가는 방식을 채택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욱일승천하던 애플도 `영원한 제국`이 아닐 것이라는 신호가 `안테나 게이트`를 통해 나오는 분위기도 삼성전자에는 이로운 형국이다.
태블릿PC 역시 아이패드로 시장을 연 애플을 당분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추격을 위한 동력은 상당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장기간 컴퓨팅 사업을 해온데다, TV와 디스플레이의 사업 역량이 강하기 때문이다.
◇옴니아 아킬레스건=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아킬레스건은 옴니아 시리즈를 통해 형성됐던 부정적인 이미지다.
IT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옴니아 시리즈 구매자들이 통신사 약정이 끝난 뒤 할 새로운 선택에 대해 흥미로워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실망감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홍원표 부사장은 지난달 말 경총포럼 강연에서 옴니아2 사용자의 불만을 들은 뒤 "옴니아2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많았고, 우리도 윈도 모바일에 대해 크게 실망해 많은 개발 인력을 안드로이드 분야로 옮겼다"면서 "옴니아2를 사용하다가 갤럭시S로 바꾸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갤럭시S의 우수성을 강조하지만, 그만큼 옴니아2의 실패를 사실상 시인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애니콜=강남폰`이라는 이미지 역시 아이폰에 상당 부분 뺏기는 등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퇴색했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두주자를 추격하는 모양새에서 창조성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삼성전자가 모방하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고 창조의 단계로 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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