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집권후반기 개각 원점으로…국정공백 최소화해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총리 지명 21일만에 자진사퇴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함께 사퇴했다. 이 대통령은 세 사람의 사퇴 의사를 전달받고 수용했으며, 곧바로 후임 후보자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2000년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후 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준 표결에 앞서 자진사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40대 총리를 내세워 `소통과 통합의 젊은 내각`을 꾸리려했던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구상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뒤숭숭한 정부, 국정공백 우려=김 총리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새 총리를 맞을 준비에 분주했던 총리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이날 총리실 간부들과 미팅을 갖고 후임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총리실 일부 직원들도 휴일임에도 출근,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 뒤숭숭한 모습이었다.

지식경제부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산업 및 에너지 자원 정책 전문가이며 부내에서도 신망이 두터웠던 이재훈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큰 아쉬움을 표했다. 지경부 고위 간부들은 이날 정책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회의를 열었다.

청와대는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 인선을 서두르는 한편,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기존 장관이 임무를 지속한다고 밝혔다. 국무총리는 선임 장관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하고, 지경부는 최경환 장관, 문화부는 유인촌 장관이 각각 업무를 지속한다.

◇후임 인선 어떻게 될까?=정치권과 관가 안팎에서는 후임 총리 인선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김 총리 후보자와 함께 후보군에 올랐던 인사들이 청와대 자체 검증 과정에서 여러 기준에 의해 걸러졌기 때문에 새로운 후보군을 다시 찾아야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또 청와대가 당초 내세웠던 `40대의 세대교체형 총리`라는 기준도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40대 후보군이 적은데다 여권 핵심부조차도 미숙하고 경험이 없는 40대로서는 통합이 어렵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석이 된 부처 장관의 인선은 이르면 2~3주내에 결정이 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후보군이 많은 데다 9월 정기국회가 1일부터 개원하기 때문에 국회 절차를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지경부에서는 부내 출신들의 발탁 인사를 기대하는 눈치다. 차관 출신인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과 조환익 KOTRA 사장, 대구 부시장을 거친 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은 능력이 검증됐고 부내 인지도가 높아 후보군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관료와 민간기업 CEO를 두루 거친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 의장과 홍석우 전 중기청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문화부에서는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 조심스레 오르내린다. 정치인 중에는 주호영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정병국 국회 문방위원장 등이, 외부 전문가로는 정부 출범 초기 장관 후보군에 올랐던 박범훈 중앙대 총장과 8 · 15 경축사 집필을 도왔던 소설가 이문열씨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후보자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만큼 청와대의 인선 과정에서 전혀 의외의 인물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사회의 원칙이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뿌리내리도록 힘쏟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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