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2.0] <20>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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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세계 최강을 위하여!” 지난 18일 강원도 평창 저녁 하늘에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계의 염원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이날 열린 `제5회 디스플레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총괄워크숍` 개막식에서 산 · 학 · 연 · 관을 망라한 500여명의 디스플레이 관련 연구원들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산업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차세대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지키자는 결의를 다졌다. 특히 석준형 삼성전자 고문, 정호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고문 등 업계의 성장을 함께한 원로들이 현장을 찾아 자사뿐만 아니라 협력사 혹은 경쟁사 젊은 연구원들의 성과를 유심히 살펴보고 기술적 애로 사항 등을 점검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강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여실히 느끼게 해 줬다. 반도체, 휴대폰을 비롯해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우리나라 대표 산업을 망라하더라도 디스플레이처럼 종사자들 간에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친 사례는 찾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제 패널과 장비, 소재를 망라한 업계 전반의 협업과 정부의 지원이 어우러져 `디스플레이 2.0` 시대를 함께 개척해야 할 시점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에도 전 세계 LCD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분기 매출 6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물론이고 LG디스플레이도 패널 출하량에서 1위를 유지했다.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력인 대형 LCD 시장에서 두 업체의 압도적인 경쟁력 우위는 당분간 깨지기 힘들 전망이다. 중국이 정부의 강력한 육성 의지에 힘입어 8세대 양산에 나서면서 내년 이후 급부상할 전망이지만, 20여년에 걸쳐 쌓아 온 우리나라의 양산 및 품질 경쟁력을 단번에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베이징에 8세대 LCD 라인 구축에 한창인 BOE가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8세대급 대형 LCD 양산 경험이 없는 이 업체는 라인 안정화 등의 작업을 거의 대부분 외부 장비업체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장진 경희대 교수(정보디스플레이학과)는 “중국 업체들이 그동안 5세대급 LCD 양산 경험만 갖춰 8세대급 양산 라인이 안정화하기에는 최소한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우리나라 LCD 업체들이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강화시켜 양적인 경쟁보다 질적인 경쟁에서 우위를 지녀나가야 할 시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패널, 3D 패널 등을 비롯한 신제품 개발 및 시장 개척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은 전 세계 업체들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LCD사업부장)이 “LCD 시장은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 같은 자신감은 이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대형 LCD 패널의 차세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도 외부 고열에 견딜 수 있는 옥외용 LCD 패널 개발 등에서 앞선 성과를 바탕으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본 기획에서 순차적으로 살펴본 두 업체의 차세대 전략도 사실상 기술 경쟁력을 어떻게 벌리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60인치 이상 대형 패널과 초고선명(UD) 기술을 통해 실감 영상을 구현하는 것이 차세대 전략의 핵심이다. 하지만 더 좋은 품질의 패널을 더 싼 가격으로 생산하기 위한 공정 기술 혁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산화물 반도체를 이용한 박막트랜지스터(TFT) 및 프린팅 공정 도입에도 선도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도 업계 최고 수준의 대형 패널 생산 수율과 IT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광시야각 패널 기술 IPS(In-Plane Switching)를 바탕으로 수익성 우위를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연내에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본격 양산, 차세대 시장에도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은 부품 사업의 특성상 경제 상황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사업 구조 자체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회사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이다. 외부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OEM · ODM 등 세트 사업 확장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확실히 자리를 굳힌 AM OLED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자랑이다. OLED 산업의 원조인 일본 업체들이 양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포기하다시피 한 사업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1년 만에 확실한 기반에 올려놓았다. 최근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의 모든 관심은 사실상 SMD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업체가 내년 2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인 5.5세대 라인은 LCD에 이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최소한 5년 이상 주도권을 더 이어나갈 수 있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 핵심 전공정 장비 및 주요 핵심 부품 · 소재의 낮은 국산화율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부분만 해도 해마다 수십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데다가 결국 디스플레이 분야 전체 경쟁력은 패널부터 소재, 장비까지 기술력을 보유해야 확보되기 때문이다.

또 공과대학의 교육 수준을 수요 기업에 맞춘 현장형으로 바꿔 우수한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것도 과제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듯 결국 모든 것은 사람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권오경 한양대 교수(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역이 될 국내 공과대학 인력들을 어떻게 양성하느냐가 사실상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패널을 비롯한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의 지원 전략이 우수한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 : 장진 경희대 교수>

“플렉시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연구비 규모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또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서도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연구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진 경희대 교수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약점으로 창의적인 연구개발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원천 기술 개발보다는 응용 및 양산 기술 확보에만 치우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수출 등의 측면에서 굉장히 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액정 모드를 비롯한 핵심 원천기술 확보가 부족해 1%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신속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쟁에서는 우위를 지켰지만, 이제는 양적인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거대 시장을 기반으로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확보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그동안 디스플레이 연구 과제들이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양산에 적용된 기술은 적은 것이 문제”라며 “앞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은 추격자형이 아닌 선도자형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의욕을 고취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원천기술이 부족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단초로 AM OLED를 주목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가 양산 기술과 함께 원천기술 분야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사실상 AM OLED가 유일하다”며 “이는 곧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분야를 창의적인 발상으로 개척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또 “국내 패널 업체들이 성공 가능성이 큰 분야의 연구개발에 매진하기 보다는 창의성을 고취할 수 있는 연구에도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국가 디스플레이 연구과제 선정과 과제 관리 등에서 창의성을 중시하는 정서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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