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설립자임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개발 및 영업 업무에 집중하는 벤처기업인들이 부품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대부분의 벤처 창업자들은 자신이 직접 대표이사직을 맡아 회사를, 진두지휘하는 화려한 길을 걷는다. 그러나 일부 벤처기업인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하고, 기술 개발 및 신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담당하며 묵묵히 회사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25일 전자부품업계에 따르면 대표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하고 최고기술개발책임자(CTO), 신규사업부장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창업자들이 최근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터치스크린 업체로 급성장하고 있는 멜파스는 현재 CTO로 있는 민동진 상무가 서울대 학내 벤처로 창업했다. 터치키 업체로 자리를 잡았지만, 외형 성장에 한계를 절감했다. 멜파스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이봉우 사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기획 및 전략 전문가인 이봉우 사장 주도로 멜파스는 터치키 사업 중심에서 휴대폰용 터치스크린 모듈 사업으로 전환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민동진 상무는 CTO를 담당하며,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터치칩 원천기술 확보에 성공하는 등 실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강화유리 일체형 터치스크린(DPW)의 기술 개발에도 민 상무는 깊이 관여하며, 연구개발(R&D) 조직을 이끌고 있다.
RF필터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케이엠더블유도 최근 김덕용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덕용 · 김영준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사업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고, 신규 시장 개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인 김덕용 사장은 개발 업무에 집중하고, 해외 영업전문가인 김영준 사장이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공동 대표 체제는 조금씩 효과를 내고 있다. 케이엠더블유는 최근 기존 제품보다 4배의 성능을 내는 트리플모드 공진기 개발에 성공하면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전문업체 루멘스의 창업자 이경재 사장은 현 유태경 회장을 2007년 당시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했다. 지난 1997년 LED 칩 업체 에피밸리를 창업한 유 회장은 국내 LED 산업의 산 증인으로 꼽힌다. 유 회장이 회사 총괄을 맡고, 이경재 사장은 대만 네트워크를 이용해 LED 칩 공급선을 탄탄하게 다져왔다. 유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포함한 R&D를, 이경재 사장이 영업 · 구매에 각각 집중하면서 회사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삼성LED에 이어 삼성전자에 두 번째로 많은 TV용 LED를 공급, 매출이 급상승 중이다.
반도체 장비, 부품소재 전문업체 비아이이엠티의 창업자인 이강열 사장도 대표이사직을 박종인 대표에게 넘기고 신규사업 및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강열 사장이 6개의 사업부를 보유한 비아이이엠티를 총괄하면서 신규 사업까지 담당하기에는 업무량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이 신사업에 집중하면서 LED용 사파이어 잉곳 개발에 성공하는 등 부품소재 부문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형수 · 안석현기자 goldlion2@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