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미래융합기술부장 hslee@kriss.re.kr
미래의 인간세상은 어떨까? 미래의 과학기술은 어떻게 발전해 있을까?
이런 질문과 의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설이나 영화를 만들어냈고, 이들은 대부분 물리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기 훨씬 전인 1895년에 영국의 공상과학 작가 H G 웰스는 그의 소설 `타임머신`에서 시간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최근에 만든 영화에서는 2030년대에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보유한 슈퍼컴퓨터가 등장해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답을 말해준다.
196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텔레비전 시리즈로 방영된 `스타트랙`에서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뿐 아니라 여러가지 기계와 기술이 등장한다. 이들 중에 음성인식 고성능 컴퓨터나 휴대형 통신기 등은 오늘날 이미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인조인간, 물체전송 등도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1966년에 처음 제작되었던 `마이크로 결사대`와 또 몇 년 전에 개봉된 `이너 스페이스`는 인체내부 탐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영화들에서는 미생물만큼 작아진 사람들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잠수정을 타고서 몸 속을 여행한다. 그런데 오늘날 나노 기술로 잠수정을 만들어서 인체에 투입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실현되기에는 많은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공상 속의 이야기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2035년을 배경으로 2004년도에 만든 `아이, 로봇`은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로봇의 3원칙`을 위반하는 로봇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3원칙은 미국의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에 쓴 단편소설에서 처음 언급했다고 하니 인간의 상상력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의 머릿속 정보를 영상화하여 범죄를 예방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는 손님이 백화점에 들어가면 백화점에 설치된 센서들이 눈의 홍채로써 그 사람을 인식한다. 그리고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서 그 사람 취향에 맞는 물품을 소개한다. 이런 기술은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에 개봉된 `인셉션`에서는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고, 그 사람의 비밀을 훔쳐낼 뿐 아니라 꿈을 조작하여 그 사람이 생각을 바꾸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의 뇌를 정보 저장창고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이런 영화들을 보노라면, 인간이 상상하는 것들이 하나 둘 이루어져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영화에서는 사람의 뇌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많다.
오늘날 기업들은 `뉴로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고 그것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뇌과학의 발달은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고, 마케팅에서의 적극적인 활용은 이 기술의 발달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 세상을 나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과학기술은 문학이나 예술 등 다른 학문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 냄새가 나는 과학기술로 변모해가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학문과 기술의 융합시대를 맞아 인류가 원하는 바람직한 미래를 이루기 위해 `과학기술의 3원칙`을 만들어 공표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