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청문회 시절이다. TV에 나와 정치인과 총리, 장관들의 면면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계절이다. 하필 폭염 속에 청문회라니. 그냥 앉아만 있어도 덥고, 조금이라도 움직여 돈벌이라도 하려면 `짜증`과 `충동`이 치밀어 오르는 이 `지랄 맞은` 계절에 청문회라니. G밸리 발전방안이 아닌 노후설계를 위해 구입했다는 창신동 가난한 쪽방이야기를, 다섯 차례 위장전입이야기를, 자식의 해외 국적 취득문제를 이 폭염 속에 듣고 있어야 한다니 `악`이 받친다. 그것도 성추문, 로비 등 뒤탈 많은 나리들의 `무딘 송곳` 같은 질문을 참고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이번 여름 참 길다.
청문회에 선 후보나, 국회의원에게는 이골이 났을 질문 하나. `존경하는 인물(멘토)은 누구인가`다. 2007년 대선에 나선 이명박 후보는 도산 안창호와 마하트마 간디, 잭 웰치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적장` 정동영 후보는 백범 김구와 다산 정약용, 본선보다 뜨거운 예선전을 펼쳤던 박근혜 의원은 엘리자베스 1세였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김구를, 고 노무현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을 멘토로 삼았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모 주간지가 국회의원 264명을 대상으로 존경하는 인물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1위는 김구(79명)였다. 그 뒤를 이순신 장군(31명), 정약용(16명), 세종대왕(10명), 링컨(7명), 간디(6명) 등이 이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사람도 11명이나 된다.
멘토의 공통점은 애국, 평등, 신뢰, 혁신, 화합, 실용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김구는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 링컨은 평등과 정직, 안창호는 실용을 대표한다. 박근혜가 꼽은 엘리자베스 1세는 `영국과 결혼해` `대영제국`을 만든 애국적 인물이다. 어느 누구를 멘토로 삼더라도 문제될 소지는 없다.
이들 멘토의 특징을 하나로 묶으면 `애국심이 강하고, 가난한 사람을 보살피며, 신뢰와 화합의 정신으로 국가 개혁에 성공한 인물`이다. 묘비명에 이 정도 문구가 쓰인다면,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 틀림없다.
왜 이토록 훌륭한 멘토를 둔 정치인들의 청문회는 유쾌하지 않을까. 우리 청문회는 `땅투기`와 `위장전입` `편법증여` `병역의혹` `논문표절` 등을 빼면 불가능한 것일까.
지경부 장관 후보나 문화부 장관 후보에게 투기나 위장전입을 따져 묻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게 전부일까. 땅투기, 위장전입, 편법증여, 병역의혹, 논문표절이 없으면 총리나, 장관이 되어도 되는 것일까. 청문회에서는 왜 대통령까지 `모시고` 발표한 월드베스트SW기업 육성이나 부품업체 혁신 전략이 왜 용두사미가 됐는지,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지연되면서 얼마나 큰 피해가 산업계에 미치고 있는지를 따지지 않는 것일까. 몰라서일까.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문장보다 더 중요한 말이 그 다음에 나온다. 바로 `(그 국민의 정부가) 지상에서 멸망하지 않도록 굳게 다짐합시다`라는 문구다. 멸망하지 않으려면 우리도 이제 청문회에서 제대로 따져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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