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생순`과 `국가대표`란 영화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준 바 있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비인기 스포츠종목을 다뤘다는 점이다. 우생순도 그렇지만 국가대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실력이 많이 떨어지는 스키점프라는 중목에서 팬들의 외면 속에 혹독한 훈련과 인내력 · 조직력으로 세계무대에서 쾌거를 이룬 성공 휴먼스토리다. 또 이들 영화는 어려운 여건과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여러 번의 실패와 좌절, 갈등을 극복하고 마침내 꿈과 목표를 이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특성상 다소 극적인 구성이 있다하더라도 우리나라 스포츠에서도 감동의 순간이 있었다. 나는 1983년 박종환 사단의 청소년축구 4강 진출, 박세리의 LPGA 우승, 박찬호의 미국 프로야구 진출 등이 깊이 인상에 남는다.
이들 스포츠의 쾌거는 역량과 열정을 갖춘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체력 훈련을 통해 동양인의 체격열세를 극복했으며 피나는 연습을 통해 세계 정상의 기량을 연마했고 상대전략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대응하는 등 오랜 기간 피나는 노력과 체계적인 준비가 바탕이 됐다.
스포츠 종목마다 국가대표 선발기준은 다르다. 예를 들어 야구는 타격능력, 축구는 빠른 발놀림, 농구는 신체조건이 주요 기준이 된다. 여기에 노력하는 성실한 자세와 미래 성장가능성이 공통적으로 추가될 것이다. 그렇다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국가대표 선발기준은 무엇일까. 아마도 주요한 결정요인으로 친환경성 · 에너지효율 · 경제성 · 국산화 · 글로벌 경쟁력 등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업과 자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철강 · 조선 · 전자 · 자동차 · 반도체 · 정보통신 등의 국가대표를 발굴하고 집중 육성해 국가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바 있으며 이제는 녹색산업의 국가대표로 또 다른 성장을 도모하려 한다.
이러한 글로벌 녹색에너지 시장진출의 목표 아래, 우리나라는 그동안 연구개발(R&D) 및 발전차액지원이라는 초기산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료전지 · 태양광 ·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기업들의 실력과 역량을 배양했다. 또 2012년부터는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를 본격 추진하면서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춘 녹색산업 국가대표를 육성하게 될 것이다.
포스코는 3년 전부터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국가대표로 연료전지사업을 육성해오고 있다. 연료전지는 고효율 친환경의 발전기로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재생에너지다. 현재는 LNG로부터 수소를 추출하여 사용함으로써 자연에너지가 아닌 화석연료를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나, 향후 수소가 경제적으로 생산되고 운반 · 저장하는 기술이 완성되었을 시에는 이러한 문제가 해소될 것이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유가가 오르면 연비가 높은 자동차를 선호하게 되듯, 연료전지는 발전분야에서 연비가 높은 자동차에 해당한다. 또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도시화된 여건에서는 전기가 필요한 곳에 연료전지를 직접 설치해야 한다.
향후 기술개발이 진전되면 대용량 발전으로는 석탄 화력발전이나 LNG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으며 소용량으로는 건물용, 비상전원용으로서의 활용이 증대될 것이다. 또한, 선박용 엔진을 대체해 해상환경 규제치를 만족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개발로 조선산업 경쟁력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생순`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줄임말이라 하는데 우리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우리 생애가 아닌 자손대대로, 순간이 아닌 영원히 지속되는 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제 우리 녹색기업들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선의의 경쟁이 필요한 때다. 우리나라가 철강 · 조선 · 자동차산업의 태동 · 성장기에 좌절과 인내의 아픔을 극복하고 독일의 풍력, 일본의 태양광이 자동차 산업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 기간의 노력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로마는 하루 만에 건설된 것이 아니다.
김중곤 포스코파워 연료전지부문장 jg1260@poscop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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