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 및 중소기업은 어느 정도 성장하면 한계에 도달한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99%는 중소기업으로 전체 고용의 88%를 책임지는 국가경제의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은 그 가운데 20%에 불과하고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 대기업 계열에 진입한 기업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여전히 중소기업의 성공은 현실로 이뤄지기 힘든 신화며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현재 규모로도 충분한데 꼭 회사를 키워야 하느냐`고 말하는 기업인도 있다. 작지만 많은 이익을 내는 회사도 많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의 미래는 성장하거나 쇠퇴하는 길뿐이다.
회사가 성장하면 신제품에 투자할 여력이 늘어나고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치도 더 많아진다. 하지만 회사가 고객의 삶에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경쟁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회사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좋은 직원을 채용하거나 유지할 수 없다. 직원들에게 회사의 성장은 곧 자신의 발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이런 기회를 맛볼 수 없다면 그것을 제공하는 회사로 떠나게 마련이다.
중소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 성장하는 기업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회사들은 잠재력을 극대화해 다음 성장단계로 나아간다.
◇강한 조직력이 비결=우선 지속성장하는 기업은 개인에 좌우되기보다는 조직의 목적과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운영되도록 노력한다. 리더가 회사를 높이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 회사는 결코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없다. 리더는 자신의 이익보다 회사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며 회사의 발전을 위해 조직 내 모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힘을 모은다.
사업이 성장하면 최고경영진은 사업을 운영하는 것에 시간을 덜 쓰고 대신 직원들을 지도하거나 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사업화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간관리자나 현업 담당자도 맡은 일이나 시간분배를 달리한다. 회사는 보다 독립적인 조직으로 변하고 현업담당자, 중간관리자, 최고경영진 모두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수립하는 데 참여한다. 또 직급을 막론하고 직원을 이끌고 지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활동의 하나로 인식된다.
조직이 중심이 돼 운영되는 회사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런 회사는 자신보다 더 크고 훌륭한 조직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인재를 채용하고 또 조직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조직이 중심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회사 운영은 경영진에 맡기고 직원은 일이나 열심히 하라`는 식으로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에 비해 훨씬 더 열정적으로 일한다.
이런 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경쟁자보다 훨씬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직원은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잘 알고 있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정신 잃지 말아야=일반적으로 창업주들은 사업이 성공궤도를 그리고 나면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 역시 점점 줄어든다. 이미 이루어놓은 것을 잃을까봐 두려워 새로운 모험 앞에서 몸을 사리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창업주는 자신의 업적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도박에서는 판돈이 많아질수록 위험해지지만 비즈니스에서는 한번 모험에 성공하면 다음 번에는 더 큰 모험을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계속되면 시장에서 더욱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회사 전체로 보면 모험에 대한 위험의 정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보다 많은 이익을 얻고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베팅의 규모와 수준을 높여야 한다. 베팅을 하지 않는 기업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이익도 내기 어렵다. 결국 경쟁자가 베팅을 통해 설계한 시장 환경에서 점차 영향력을 잃는다.
물론 베팅에 앞서 △게임을 이해하는 능력 △확률을 이해하는 능력 △경쟁자를 이해하는 능력 △자신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회사 고유의 성격을 만들어라=사람에게 성격이 있듯 회사도 성격이 있다. 기업의 성격은 기업이 추구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매일 행동으로 표현되며 이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 습관이 된다. 예를 들면 최근 기업들은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그러나 행동과 습관으로 표현되지 않는 가치들은 단순히 회사 홍보를 위한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기업이 고객을 믿고 공정하게 대하려고 할 때 고객 역시 그 회사에 성공을 가져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한 기업이 사람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기업의 성격이 좌우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사람을 믿고 조직 내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지 모두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회사에 오래 남아있지 못한다. 사람에게는 큰일을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고 누구나 리더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직원들은 그런 사람이 된다.
◇외부 조력자와 깐깐한 내부 비판자를 확보하라=지속 성장하는 기업은 화사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동료 집단 네트워크, 이사회 및 고문단, 투자자, 고객, 협력업체, 대학교 등 여러 가지 외부조력자를 활용한다. 이러한 외부 조력자들은 기업에 대한 다양한 가지를 제공한다. 리더를 지원하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기업은 기업의 임원들만의 네트워크에도 참여하지만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직원에게 회사 밖의 모임에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이는 직원 개인의 역량 향상과 해당조직의 성과향상을 위한 것이다.
내부 비판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창 유망하던 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데는 `근시안적 사고`와 `타성에 젖은 행동`이 한몫한다. 워크맨 신화에 매몰되어 MP3시대에 대응하지 못한 소니가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 회사의 운영체계가 잘못되었을 때 그 운영체계에 반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업은 내부 비판자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생산적인 실패를 장려하고 불만족한 고객이나 직원을 통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혁신역량을 조직에 이식하라=리더가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직원들로부터 최고의 것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전략은 임원의 사무실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직위의 사람들이 전략의 핵심 사항을 빨리 이해하고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이내믹한 전략 수립 프로세스를 운영해야 하며 실행과 밀접하게 연관지어야 한다. 그리고 조직 내 여러 부문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며 학습의 속도와 질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박스> CEO가 벤처정신을 잃어버리는 이유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험정신, 즉 벤처정신이 필요하다. 성공적으로 중견기업, 대기업을 성장하는 기업은 이런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혁신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중도에 벤처정신을 잃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도태하거나 성장이 멈춰버린다.
CEO가 벤처정신을 잃어버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이유는 심리적 것이다.
창업주들은 기업이 `어느 수준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회사가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어 개인적으로 경제적 문제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따라서 그 수준에 오르면 위험한 결정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창업자 중에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이로부터 도피하려는 단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까다로운 상사같이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없고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나면 그저 `맛있는 저녁식사와 공연`을 볼 수 있으면 만족해 버리고 만다.
직원들의 반발도 벤처정신 소멸에 기여한다. 회사가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모험할 때 직원을 납득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대다수의 직원들, 특히 창업초기부터 같이 고생하면서 기업을 키워온 직원들은 회사가 웬만큼 성장하면 조금 편하게 일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기업의 리더들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조직의 생리를 거부하고 직원에게 다음 단계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외부투자자들이 투자액을 언제 회수하고 싶어하는 지도 기업이 과감한 투자 결정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투자자는 기업이 어느 시점에 어느 사업을 정리할 것인지 투자금액을 어느 시점에 회수해 다음번 투자를 할 수 있는지에 민감하다.
만약 투자자가 되도록 빠른 시기에 사업을 정리해 목표로 한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려는 것에 반대할 것이다. 반대로 더욱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기업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위험한 결정을 하도록 요구하는 투자자도 있다.
가족 기업의 책임감도 벤처정신을 저해하는 요소다. 가업을 이어받은 기업인은 가족 관계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대대로 내려온 가족의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소명을 강하게 느낀다. 그래서 위험요소가 있는 투자 결정을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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