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은 지난 13일 그룹 통합 그룹웨어시스템과 기업포털(EP)을 공식 개통했다. 그동안 SK그룹은 계열사별로 독자적인 그룹웨어를 사용하다보니 유관 사업 정보 등을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계열사들이 필요한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주고 받는 것은 물론이고 공동사업 추진 등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룹 공통 그룹웨어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동양그룹은 현재 오라클의 엔터프라이즈 HCM(옛 피플소프트 제품) 솔루션을 전사 표준 인적자원관리(HRM) 시스템으로 선정하고 그룹사로 확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사 전체의 직원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계열사 간 인력 활용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오는 10월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의 8개 계열사는 지난 4월 그룹 통합구매 조직을 출범시키면서 그룹 통합구매시스템 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계열사별로 다르게 사용해온 물품 분류체계를 단일화하고, 통합구매 담당자가 입찰에서부터 협상 · 계약 등의 모든 업무를 한꺼번에 수행하도록 했다. 창구 단일화로 거래비용 절감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그룹 외에도 최근 많은 그룹이 다양한 업무 영역에서 그룹 차원의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계열사 간 효율적인 업무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과 함께 중복된 업무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 추진되고 있는 그룹사 통합시스템 구축작업들은 과거와 달리 계열사 간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포스코그룹과 같이 그룹 차원의 싱글 거버넌스 전략 하에 추진되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김기호 삼정KPMG컨설팅 전무는 “그룹의 업무 통합은 실질적으로 글로벌통합기업(GIE)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GIE 전략이 글로벌 시장을 하나로 놓고 통합적으로 계획 · 운영 ·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그룹사가 계열사들에 대한 일관된 거버넌스를 구현하기 위한 차원에서 업무시스템 통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CIO BIZ+가 국내 20개 주요 그룹의 그룹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동향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그룹사는 그룹웨어 · 구매시스템 · HRM시스템의 세 가지 업무영역을 중심으로 그룹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통합그룹웨어시스템은 대부분의 그룹이 최근 1~2년 새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거나 구축 중이다. 일부 그룹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HRM시스템과 통합구매시스템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업무시스템이 그룹 통합시스템으로 빠르게 변모하는 이유는 그룹 차원에서 업무를 통합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관련 조직이나 인프라를 통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특히 HRM과 구매는 통합하자마자 효과를 가시화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각 영역의 업무시스템을 통합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는 명확한 차이점이 있다. 그룹 차원에서 HRM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이 그룹의 거버넌스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면, 구매 통합은 전략적 구매를 통한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그룹웨어시스템 통합은 단일화된 기업문화를 통한 협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주요 그룹 중 이러한 세 가지 영역의 업무시스템을 모두 통합 운영하고 있거나 통합화를 준비 중인 곳은 신세계 · 포스코 · 아주 · 삼양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영역의 시스템 외에도 최근 금융그룹 차원에서 리스크관리시스템을 통합 구축하고자 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 데이터관리시스템 등도 그룹 통합시스템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룹 통합업무시스템 구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축한 후 이를 전 계열사로 확대해 나가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포스코그룹 · 한화그룹 · 동양그룹 등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방식은 전사적으로 동시에 그룹 통합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다. 롯데그룹 · 두산그룹 · KT그룹 등이 여기에 속한다.
# 그룹웨어 통합
SK그룹은 지난 13일 그룹 통합 그룹웨어시스템 1차 가동에 들어갔다. 기업포털에서부터 이메일시스템 등을 우선 통합했다. 오는 10월까지 SK그룹축은 전 계열사로 확대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동양그룹은 지난 7월 그룹 통합 그룹웨어와 지식관리시스템(KMS)을 오픈했다. 포스코 그룹도 계열사 전체가 사용할 그룹웨어를 신규 구축하고 있으며, 신세계그룹 등도 그룹웨어 재구축 작업에 한창이다.
이처럼 전 계열사들이 함께 사용하는 그룹사 통합 그룹웨어 및 기업포털 구축 바람이 최근 거세게 일고 있다. 그룹 통합 그룹웨어는 계열사간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업무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업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기대로 많은 그룹사들이 두팔 걷어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이같은 구축 붐이 일어나는 것은 그룹차원에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통합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통합 그룹웨어 구축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올해 초부터 계열사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룹 통합 그룹웨어를 구축하고 있다. 대상 그룹 역시 모바일 오피스 도입을 목적으로 현재 일부 계열사만 통합된 그룹웨어시스템을 2011년 초까지 전체 그룹통합 그룹웨어시스템으로 재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이미 통합 그룹웨어시스템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바일 오피스 관련 기능을 추가하는 차세대 그룹웨어를 현재 구축 중이다. 일부 계열사는 오는 하반기 적용할 예정이며, 내년까지 새로운 그룹웨어를 전 계열사에 순차적으로 적용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통합 그룹웨어를 구축하는 그룹사들은 대부분 계열사간 협업 환경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그룹 통합 그룹웨어를 오픈한 동양그룹은 IBM 로터스 노츠를 그룹의 표준 그룹웨어 시스템으로 구축하면서 직원들간의 협업을 보다 더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뒀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정재훈 이사는 “그룹 직원들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자 추진한 것”이었다며 “앞으로 전사적으로 지식을 공유하고 그룹의 업무 문화를 혁신하는 협업 도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그룹 역시 포스코 뿐 아니라 그룹 전체가 사용할 그룹웨어 재구축 사업을 올해부터 추진, 이달 말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그룹웨어 재구축 사업에서는 이메일과 전자결재 기능 정도로만 통합되지만 향후 그룹사간 협업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더 추가할 것이라고 포스코측은 밝혔다. 또한 포스코는 새롭게 구축하는 그룹웨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영상회의를 연동해 UC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적자원관리 통합
그룹사들이 계열사들의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그룹 통합 HRM시스템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룹사 인력에 대한 정보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그룹차원에서 적재적소에 인력을 활용,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직원들 입장에서는 소속 기업 내에서 보다 다양한 커리어를 가질 수 있는 그룹 CDP(Career Development Path)를 적용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그룹 통합 HRM은 직원들에게 사기진작과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그룹사들이 관련 시스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인사운영의 주요 프로그램인 이동, 승진, 사내공모, 핵심인재관리 등의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통합된 인사 환경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그룹 통합HRM 시스템은 각 계열사마다 다른 주요성과지표(KPI)를 관리해 줌으로써 그룹 전체의 성과관리 쳬계도 고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그룹사 중에서는 동양그룹과 KEPCO그룹이 한창 통합 HRM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CJ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에는 신세계그룹과 STX 그룹이 그룹 통합 HR시스템을 가동해 업계의 관심을 샀다.
그룹 통합 HRM 시스템의 경우 대부분 주력 계열사가 먼저 적용하고 난 뒤 계열사로 확대 적용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지난해 통합 HRM시스템 가동에 들어간 STX그룹의 경우 2007년 STX팬오션에 시범 적용한 후 운영효과를 확인하고 난 뒤, 다음해 바로 STX그룹으로 확대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지난해 6월부터 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솔루션으로는 화이트정보통신의 HRM 솔루션을 적용했다. CJ그룹의 경우에도 CJ제일제당 등 주력 계열사가 먼저 적용하고 확대 구축할 예정이다.
올해 가장 이슈화됐던 부분 중 하나는 동양그룹의 통합HRM시스템 구축이다. 국내 처음으로 오라클 -피플소프트의 HCM을 전사 표준 HRM 시스템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그룹사들이 그룹통합 HRM시스템으로 국산 솔루션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외산 솔루션인 피플소프트가 처음 선정됨에 따라 그 배경이 주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측은 그룹사 전체의 직원 역량을 높이고 계열사간 인력 활용에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에는 글로벌 HRM전문 솔루션인 피플소프트 솔루션이 가장 적합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오는 10월 말 가동될 예정이다.
KEPCO는 동양그룹과 비슷한 시기에 통합 HRM 시스템 구축에 나섰지만 그룹 전체가 아닌 3개사만 우선 통합한다. 지난해 9월부터 ERP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남동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SAP ERP를 구축하면서 HRM 영역은 휴먼컨설팅그룹(HCG)의 솔루션을 적용해 별도 통합 시스템으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프로젝트는 내년 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웅진그룹은 2004년부터 그룹 통합 HR시스템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까지 평가와 코칭 부분 등 개인 역량 개발 부분 강화하는 등 그룹HR통합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다.
# 구매 통합
기업들이 구매 업무를 통합화 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시도돼 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미 품질, 원가 등의 경쟁요소에 대한 원천이 외부 공급망에 있다는 것이 더욱 더 분명해 지면서, 개별기업만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즉, 개별기업 또한 부문별 구매가 갖는 한계성을 인지하게 되면서 그룹 구매통합 시너지 효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통합 구매를 통한 구매 프로세스 개선과 함께 무엇보다 비용절감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효과다.
엠로 컨설팅사업본부 김태준 전무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통합 글로벌 소싱이나 공급사와의 전략적 관계, 주요 물품에 대한 전략적 구매활동 등은 기업 성과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러한 활동들이 개별기업 단위 별로 수행되는 것 보다는 전사적, 그룹차원에서 진행될 때 그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그룹사들이 체감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합구매가 활발하게 된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구축도 한몫 거들었다. 구매업무의 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스템간 표준화된 공통의 기준정보에 의한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ERP 시스템을 통합 구축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전사적으로 통일된 기준정보에 의한 실질적인 통합관리가 가능한 인프라가 구현된 것이 그룹 통합구매 시장을 키우게 한 하나의 요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통합구매의 경우 시스템 통합의 효과를 가장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에 최근 많은 그룹사들이 통합 구매 및 공급망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동국제강그룹, 대상그룹, 포스코그룹, IBK금융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포스코그룹은 지난 4월 그룹 차원 통합구매시스템을 본격 가동했다. 최근에는 그룹 전체에 활용할 공급사관계관리(SRM) 시스템 구축에 나선 성황이다.
최근 그룹사의 통합구매 움직임을 살펴보면 그룹의 IT자회사가 통합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추세다. 주로 IT관련 시스템에 대한 통합 구매에 집중돼 있다. 오는 2011년 동국제강을 시작으로 전체 계열사로 통합구매를 확대 · 적용한다고 밝힌 동국제강그룹은 IT 자회사인 DK유엔씨가 앞으로 그룹 통합 구매를 총괄하게 된다. 이로써 DK유엔씨는 동국제강을 비롯해 유니온스틸, 국제종합기계 등의 구매 품목 중 우선 비핵심 자재들을 대상으로 통합 구매를 하게 된다. 이 외에 금호아시나아그룹의 경우 아시아나DT에서 IT구매통합을 맡고 있으며, IBK금융그룹의 경우도에 IBK시스템에서 IT통합구매를 최근 시작했다.
또한 그룹차원의 통합 구매는 대형 그룹 뿐 아니라 웅진, SPC그룹 등과 같은 중견그룹들까지도 최근 통합구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웅진그룹의 경우 계열사 통합 구매를 통해 매년 10%이상의 전체 구매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