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정보시스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00년대 인터넷 비즈니스를 거쳐 최근 모바일 시대로 바뀌면서 여러 이슈가 있지만 정보시스템 측면에서는 트랜잭션과 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를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엄청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비즈니스에 가치를 줄 수 있는 정보로 만들어가야 하는 기업들은 여러 가지 고민에 빠져 있다.
첫 번째 고민은 스토리지 비용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테라바이트(TB)라는 데이터 저장용량 단위가 낯설었지만 요즘 상당수 기업은 심지어 페타바이트(PB) 단위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데이터 증가 요인은 비즈니스 환경 변화뿐만 아니라 정보시스템 운영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용성 확보를 위해 스토리지 자체 미러링은 기본이고 스토리지 본체 이중화를 위한 인하우스 재해복구(DR)와 정보계, 재해복구센터까지 포함하면 운영계 시스템에서는 동일한 데이터의 복사본이 여러 개 필요하다. 또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 e디스커버리, 포렌식 등 데이터의 장기 보존이 필요한 이유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사용되는 고사양 스토리지를 비롯한 기업용 스토리지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서비스 수준에 따라 운영계에 필요 없는 데이터는 저사양 스토리지로 이관하는 정책과 데이터 아키텍처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데이터 관리와 활용에 대한 고민이다. 근래 들어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데이터 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의사결정이나 고객관계관리(CRM) 등의 마케팅 목적을 넘어 데이터 자체를 비즈니스화하려는 시도다.
최근 기업에서는 특정 비즈니스에 종속된 데이터를 다른 영역의 데이터와 융합해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이터 컨버전스가 시도되고 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데이터가 활용되려면 데이터의 품질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근래에 많은 기업들은 데이터 품질에 관심을 갖고 있다. 부정확한 데이터가 기업에 많은 손실을 가져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저품질의 데이터가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정보시스템 운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경영층에서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품질 관리 활동이 데이터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정제, 메타데이터 관리 등 솔루션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데이터 품질 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데이터의 가치를 극대화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터 관리 원칙, 목적, 조직 등 정책적 부분과 품질 관리, 메타 관리, 공정 관리의 프로세스 부분, 보안 아키텍처 위에서 운영되는 시스템 부분의 프레임워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품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성 활동이 아니라 기업이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데이터 품질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측면의 고민이다. 데이터도 비즈니스 목적에 연계가 돼야 한다. 데이터 품질 관리의 기준요소인 표준화와 보안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정확성, 일관성, 유용성, 적시성이 있는 데이터가 비즈니스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작 필요한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기도 하며, 품질 관리는 잘 되고 있지만 기업에 가치 있는 정보가 아닌 데이터는 관리비용만 증가시킬 뿐이다. 비즈니스에 도움이 안되는 데이터는 자격이 없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자격이 있는 데이터를 제대로 생성하고 감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데이터 아키텍처, 모델링 등 정보기술(IT) 외에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데이터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역할이 생기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촉발된 모바일 혁명은 언제, 어디서나 모두와 연결이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엄청난 데이터가 쌓이고 연결되고 융합되면서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데이터 디자이너는 핵심 역량이다.
조강직 KCB 상무 kcho@koreac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