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 NEC 등 일본기업, 차이완서 휴대폰 생산 나서

샤프 · NEC 등, 차이완서 휴대폰 생산

일본 휴대폰업체들이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차이완 전자제품 전문 생산기업(EMS)에 손을 내밀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샤프 · NEC · 카시오 · 히타치 등 일본 휴대폰업체는 올해 하반기부터 폭스콘 · 플렉스트로닉스 · 아리마 등 차이완 EMS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휴대폰을 제조한다. 일본 휴대폰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하반기부터 차이완 전자제품 전문기업을 통해 본격 제조에 착수한다. 우선은 수출용 제품에 한해 OEM으로 제조하고, 향후 자국 내수용 휴대폰 저가 모델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 외에도 올해 6월 NEC · 카시오계산기 · 히타치가 휴대폰사업을 통합해 만든 `NEC카시오모바일커뮤니케이션`도 EMS를 통해 차이완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도시바와 후지쯔도 휴대폰사업부를 합병해 오는 10월 합작사를 설립한 다음 차이완과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EMS를 활용해 투자 및 재고 위험을 줄이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EMS업체를 제조업자설계생산(ODM) 수준으로 높이고, 개발 및 조달 권한을 대폭 위임해 차이완 부품 소싱을 강화할 계획이다. 차이완과 일본기업의 협력이 강화될 경우 중국에서의 일본 휴대폰 수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느쓰쿠리(장인정신)`로 고품질을 고집해온 일본업체들이 EMS를 이용해 휴대폰 제조에 나선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일본 휴대폰 시장은 세계와 동떨어진 표준을 추진하면서, 독자 진화를 거듭해왔다. 이를 빗대 일본 언론은 자국 제품을 갈라파고스 휴대폰이라는 뜻의 `가라케이`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내수 시장이 침체되고 수출 물량도 줄면서, 일본 휴대폰업체들은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외산 휴대폰의 무덤과도 같았던 일본 시장이 애플 아이폰 출시로 상황이 바뀌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휴대폰업체의 변신은 국내 부품업체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기존에 일본업체와 거래하던 국내 부품업체는 앞으로 차이완 EMS에 따로 영업을 해야 하고, 개발 업무도 개별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제반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에 차이완 EMS와 네트워크를 확보한 국내업체는 비교적 수월하게 일본 휴대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IT전문가인 김현준 한국기술정보서비스 사장은 “일본 휴대폰업체는 세계 5위권에 드는 업체는 없지만, 세계 20위권에 드는 업체가 상당히 많아 무시 못할 시장”이라면서 “세계 제조업의 무게 중심이 차이완 시장으로 더욱 쏠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어설명

제조업자 설계생산(ODM · 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단순히 위탁생산에 불과한 반면에 ODM은 개발 · 구매 등에 참여하는 적극적 수준의 아웃소싱을 의미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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