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폭풍이 몰려온다]<3>산업계에 부는 지재권 폭풍

“최근 이러닝 업계에서 지식재산권 이슈는 그야말로 핵폭탄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폰트업체들의 저작권료 요구와 같은 사례가 언제 어디서 불거질지 몰라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중소 이러닝 업체 대표)

“콘텐츠 기업들은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도 과중한 업무입니다.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하청 소규모 기업들에게 저작권 문제를 떠넘기는 형국입니다.”

(아웃소싱 콘텐츠제공업체 대표)

중소 이러닝기업을 비롯해 인터넷 및 모바일 콘텐츠제공업체(CP)들이 한결같이 내놓은 하소연이다. 콘텐츠 산업계에 저작권을 비롯한 지식재산권 문제는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저작권법 강화와 플랫폼 다변화 이후 언제 어디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해온 저작권자들이 뒤늦게 저작권료를 요구하거나 아예 작심하고 온라인 사이트를 뒤지면서 저작권 위반 사례를 찾아내 소송을 거는 `전문 알바(아르바이트)`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대표적으로 불거진 사례가 이러닝 업계와 폰트 업체 간 저작권료 갈등이다. 유명 폰트 제작업체들이 이러닝 기업들에게 폰트당 최대 수백만원의 저작권료를 요구하면서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스타크래프트2가 발매되기 전부터 개발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측이 한국e스포츠협회 측에 저작권료를 요구해 아직까지 매듭이 지어지지 못했다. 블리자드측은 e스포츠협회가 프로리그 운영 등으로 수익을 거둔 만큼 저작권료를 뒤늦게라도 내야 한다는 요구이지만 e스포츠협회측은 한국에서 리그를 자체 기획해 운영했고 리그 운영을 통해 스타크래프트 확산에 큰 공을 세운 점을 들어 반발했다.

교육 콘텐츠 업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저작권법이 저작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저작권자들은 교육 콘텐츠에 특정 저작물이 게재됨으로써 원 저작물이 더 널리 알려지고 원저작물의 판매량도 늘려줄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혹시 발생할 지 모를 지재권 침해에 대한 책임도 프로젝트를 맡는 아웃소싱 중소기업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실제로 중소 콘텐츠 기업들은 정부의 저작권법 강화 이후 출혈 경쟁 심화와 단속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도산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수십억원 대의 적은 매출로 막대한 저작권료를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콘텐츠 기업들은 지재권 보호와 활용에 대한 산업별 가이드라인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디지털 멀티 플랫폼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언제 어떤 형태로 발생할 지 모를 사태에 미리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저작권 단속을 무조건 강화하기보다 공유 가능한 지재권을 다수가 널리 공유할 수 있는 마인드 개선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도 지재권이 없는 저작물이나 2차 저작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더 많은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지만 아직까지 산업 특성에 맞는 구체적인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한 콘텐츠 제작업체의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원저작자가 누구인지 찾는 일 자체가 과중한 업무”라며 “저작물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DB를 구축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지원책부터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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