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CH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는 EU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 또는 수입되는 화학물질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국내 수출업체는 EU의 수입자나 EU 내 유일대리인(OR)을 통해서만 등록 및 신고, 허가 등의 절차를 수행할 수 있다.

화학물질로 구성되지 않은 것이 없으니 농·축·수산물을 제외한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EU 수출은 물론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이유다.

EU의 경우 2008년 수출 규모가 584억달러로 수출 비중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수출대상국인데 반해 REACH에 따른 제조 원가 상승률은 최대 7%에 달할 전망이다. 기업들의 부담이 적지 않은 이유다.

환경부에 따르면 기존물질 중 일부 유해물질 및 대량유통물질(1000톤 이상)에 적용되는 1차 등록시한이 오는 11월까지로 임박했다.

REACH 등록 이외에도 1톤 미만의 물질에도 적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분류·표지 및 포장에 관한 법령(CLP·2010년 12월 시행)`과 고위해우려물질(SVHC) 함유 완제품에 대한 신고제(2011년 6월 시행) 시행을 앞두고 있어 해당 기업의 신속하고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REACH 관련 컨설팅이나 등록 수수료, 유일대리인 선임 비용, 시험분석비용 등 2007년부터 등록기간이 종료되는 2018년까지 총 7055억~8722억원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든다.

간접비용의 경우 직접비용의 4배 정도로 가정하면 2018년까지 최대 4조3600억원으로 연평균 363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제환경규제 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적절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시장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EU 수입자가 등록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서 수입하는 물질을 EU 내에서 자체 조달할 경우다. 만약 EU 내에서 자체 조달해버리면 해당 수입자는 하위사용자로 지위가 변동돼 등록의무를 면제받기 때문에 국내 업체에서 굳이 수입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수입자가 국내 수출물질과 같은 것을 제조하는 EU 내 제조업자로부터 공급을 받으면 국내 기업은 수출 시장을 상실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입자가 단순 무역상이 아닌 제조업체인 경우 국내 기업이 유일대리인을 선임, 등록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이 유일대리인을 선임해 등록할 경우 수입처 변경에 따른 별도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무역상은 유일대리인 선임 권리가 없어 공급업체가 선임해야 한다.

문제는 공급업체의 인식 부족으로 등록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사전 등록에서 누락되면 등록 부담이 가중돼 유럽 수출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기업지원센터는 지적한다.

사전 등록은 불필요한 중복 시험을 배제하고 비용절감을 위한 본 등록 준비단계지만 사전 등록을 못하면 수출도 할 수 없다. 이 경우 양에 관계없이 바로 등록해야 수출할 수 있지만 등록에 필요한 물질 자료 확보가 쉽지 않고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REACH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는 간단한 원리다.

EU의 경우 REACH를 통해 보건 및 환경보호 외에도 높은 수준의 환경기준을 설정, EU 내 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독일 바스프(BASF)는 수십 년간 축적된 물질정보 축적 및 분석을 기반으로 컨설팅이나 물질정보 제공 등 사업 분야를 확대, 기업의 위상을 제고하는 한편 전문 컨설팅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사전등록 이후 본 등록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의 본 등록 비용절감을 위한 인프라 확충을 추진해오고 있다.

우선 국내 환경독성 분야 시험·평가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주시에 환경독성연구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또 고가의 위해성 시험자료를 대신할 수 있는 비시험예측 물질자료를 생산, 제공함으로써 등록비용 절감을 지원하고 있다. 사용에 많은 비용과 제약이 있는 고위해우려물질을 대체하기 위한 소재·부품·공정 기술개발에 지난해 18억원을 지원했다.

본 등록 지원을 위해 서류 작성 및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정보전달 양식 표준화 및 시범사업 등 공급망 내 물질정보 전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상담 지원 및 교육도 상설화했다. 월 2회로 △기본 과정 △관리자 과정 △현장맞춤형 과정 △온라인 교육 과정 등 총 4개를 운영 중이다. 화학물질관리서비스(CMS) 컨설턴트도 양성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민관 공동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국제환경규제 기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는 사전등록 비용 등 경제적 지원을 주로 요구하는 등 기업의 적극적 참여는 물론이고 기업 간 협력 체계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비용은 들지만 기업들이 적극 대응할 경우 신규 시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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