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반도체 제조장비의 특성을 반영한 국가 표준(KS) 안전지침을 제정키로 했다. 국내외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자의 인체 유해성 논란이 지속되면서, 장비 안전에 대한 국제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국산 장비에 대해 세계 표준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 반도체 산업의 안전성도 제고한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내 장비업체들은 기존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민간표준보다 더욱 상세하게 규정된 이번 규격 때문에 개발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외국계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무역 장벽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는 등 진통이 예상된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반도체 제조장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반도체 제조장비의 안전 지침’에 대한 국가표준안(KS)을 마련하고, 9일 양재동 엘센터에서 11시부터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기표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반도체 업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8월 말 국가표준으로 제정할 계획이다.
기표원은 지난해 12월 반도체 제조장비의 안전에 관한 국제표준(IEC)이 제정됨에 따라 조기 국가표준 도입을 위해 산·학·연의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표준전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지난달 23일 KS 제정 예고를 고시한 바 있다. 그간 국내 반도체 제조장비업체들은 주로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단체표준 및 유럽표준 등을 적용해 국내 기업에 공급하거나 수출을 진행해왔다. 이번에 제정하는 ‘반도체 제조장비의 안전지침’은 국제표준(IEC)에서 제시하는 전기적 안전 요구사항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화학물질·전리방사선에 대한 안전기준도 포괄적으로 담을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생산 세계 3위 국가지만 반도체 제조 관련 장비 중 핵심장비는 해외 수입 비중이 높고 후공정과 테스트장비 위주로 국내 장비업체가 생산하는 실정이다.
최철호 기표원 기계건설표준과장은 “반도체 제조장비의 국산화율이 낮은 상황으로, 관련 제조장비의 개발에 따른 안전표준의 적용을 유도하는 한편, 국내 개발된 반도체 제조장비의 안전성 확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표원 측은 또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이 각각 별도의 환경안전 규격을 요구해 국내외 장비 기업들이 별도로 관련 장비를 개발하는 애로 사항을 호소해왔다”며 “KS규격화를 통해 이같은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KS 규격이 제정될 경우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강제성은 없지만 사실상 새로운 규제조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SEMI 규격에 맞춰 장비를 개발해왔는데 별도의 규격이 제정된다면 부담이 된다”며 “수출용과 내수용의 규격이 크게 상이할 경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형준·이경민 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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