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IT조직 내부역량 어떻게 강화하나

 지난 2008년 교보생명은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한국IBM과 LG CNS를 놓고 수개월 간 저울질을 하다 이 계획 자체를 보류한다고 발표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서비스 품질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계획 자체를 원점으로 돌렸다고 추측했었다.

 하지만 교보생명측이 밝힌 ‘사태의 원인’은 의외였다. 황주현 교보정보통신 사장은 교보생명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재직하던 지난 2009년 초 교보생명이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을 보류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털어놓은 적이 있다.

 “10년간 진행하기로 한 IT인프라 아웃소싱은 내부적 역량이 충분한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것이 인프라 장애인지, 애플리케이션 장애인지를 파악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내부적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고객사의 IT역량이 전문업체 수준만큼 성숙돼 있어야 고객사와 아웃소싱 업체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아웃소싱도 내부역량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황 사장의 말처럼 성공적인 IT아웃소싱을 추진하려면 우선 내부 IT조직의 역량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많은 CIO들이 공감하고 있다. 외부 인력들이 어떤 업무를 어느 정도의 효율성을 가지고 수행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려면 내부 인력들의 IT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수준협약(SLA)을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측정 가능한 서비스 항목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최고경영자(CEO)의 개입으로 급하게 이뤄지는 IT아웃소싱의 경우 SLA는 정책적인 수준에 머물기 십상이다.

 따라서 IT아웃소싱의 성패는 결국 이를 관리하는 내부 인력들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아웃소싱을 추진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IT를 운영하는 회사라면 내부 IT역량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내부역량을 측정하는 객관적인 지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어떤 조직의 내부역량이 높은지, 낮은지를 평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역량 있는 IT 조직이란 현업으로부터 인정받는 조직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현업이 인정하는 IT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현업과 경영진의 요구를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CIO들과 각사 IT조직들은 내부역량 강화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IT인력의 경우 현업과 달리 IT 역량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역량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런 역량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IT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서 강화할 수 있다.

 LG화학은 2004년부터 정보화 전략인 FMC(Focused Master Plan) 수립 과정을 통해 IT 조직원들의 비즈니스 이해도와 컨설팅 능력 제고, IT부서의 가치 입증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매년 1회 실시되는 FMC 수립 작업은 7~8월 사이에 조사가 진행된다. FMC의 특징은 비즈니스의 요구사항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IT가 먼저 나서 사업부에 맞는 맞춤형 IT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와 인프라를 포함해 다음 해 각 사업부서에 필요한 IT 전략을 제공해 9월 경 사업계획 수립 시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효율적 인적자원관리가 내부역량 강화의 핵심=LG화학의 정보전략담당 부서는 3명 정도씩 한 팀을 이뤄 12개 사업부에 배치돼 현업의 IT 컨설턴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FMC 수행기간은 2개월 정도이다. 이 기간 동안에 도출된 과제들은 FMC에 반영된다. LG화학은 이런 활동을 거치면서 체계적인 IT예산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FMC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IT를 접목하려는 노력인 만큼 IT인력들의 비즈니스 이해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IT부서의 가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세부적인 비즈니스 분석을 통해 IT인력들의 컨설팅 능력을 높이는 부가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LG화학이 처음부터 내부 직원들의 힘만으로 FMC를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외부 컨설턴트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 정도면 내부 직원들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다른 기업의 IT조직도 매년 IT 마스터플랜을 세우지만 LG화학의 FMC만큼 구체적인 현업맞춤형 IT전략 수립 프로세스는 보기 힘들다.

 LG화학의 경우처럼 독특한 제도를 통해서도 내부역량을 높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인적자원 관리가 뒷받침 돼야 한다. 인적자원은 기업 내 어떤 자원보다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교육과 인재 육성을 소홀히 하곤 한다. CIO들은 장수하는 기업일수록 장기적 관점에서 내실을 다지고 내부 인력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인적자원관리에 힘쓰고 있는 몇몇 사례를 살펴보자. 대우증권은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1:1 멘토링 제도를 기반으로 6개월간의 직장 내 교육(OJT)을 실시한다. 이 과정을 통해 업무에 필요한 IT 요소기술과 기초지식을 습득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담당업무 관련자를 대상으로 직원이 직접 작성한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점검하는 ‘프로그램 소스코드 리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시스템의 알고리듬과 프로그래밍 기술 등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업무적 오류로 인한 장애를 예방하는 기회로도 활용하고 있다.

 교보생명 김준호 정보시스템실장(CIO)는 IT 인력들도 창의력과 감성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IT 인력들은 으레 경직된 사고를 갖기가 쉽기 때문에 전문기술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에 특화된 맞춤형 온사이트 교육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흔히 IT를 3D 업종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보상은 돈과 휴식이 아니라 지식과 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것”이라며 “감성과 창의력 교육은 IT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 동기부여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T전문성과 비즈니스 이해도 동시에 필요=한국신용평가정보는 직원들의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IT전문가로서의 경력경로를 밟아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IT 경력관리와 IT 교육훈련으로 구성된 ‘정보시스템 인력 개발 계획’은 체계적인 IT 인력개발을 통해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부문별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목표 하에 추진되고 있다.

 IT 경력관리는 각 직급별로 정보시스템 전략 기획, 프로젝트 관리와 지원, 정보관리와 상품 개발, 정보기술과 시스템 기반으로 나누어 경력 경로에 맞는 체계적인 교육과 전사적인 직무 순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필수교육과 선택교육으로 이뤄진 IT 교육훈련은 매년 내·외부 교육훈련에 IT직원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참여자들은 개인별로 40점 이상의 연간 교육이수 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학점 미달 시에는 근무평가와 경력개발, 업무분장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끔 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5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CIO아카데미를 운영해 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분야별로 경험이 많은 차장급 이상 내부 전문가들을 강사로 위임해 IT 기술과 비즈니스 현안에 대해 강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직원들은 선택적으로 과목을 정해 수강할 수 있지만, 각 직급별로 일정 점수 이상의 수업에 참가해야 한다.

 하이닉스반도체는 CIO아카데미와 별도로 반기마다 기술세미나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기술세미나의 특징은 수강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면 발표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개인 업적목표에 따라 일정 점수 이상을 의무적으로 획득해야 한다. 이는 6개월마다 진행되는 인사평가에 반영된다.

 본인이 직접 발표를 하게 되면 그에 따른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 역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의 얘기다.

 M 제조사도 한국신용평가정보처럼 의무교육과정 학점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사적으로 실시하는 업무능력개발(OJD) 학점에 IT과정을 결합시켜 OJD를 활성화시켰다. 또한 OJD 외에도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신규 프로젝트에는 무조건 일정 인원 이상을 교육과 자기계발 차원에서 참여시키고 있다.

 M 제조사처럼 다양한 IT프로젝트에 참여하면 할수록 직원들의 경험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 IT기술력 등은 향상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IT프로젝트가 SI업체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CIO들은 오랜 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내부 IT인력들의 역량 강화는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IT 프로젝트를 통해 내부 역량강화의 발판을 마련한 경우가 있다. 바로 미래에셋생명의 경우이다. 미래에셋생명은 IT의 경쟁력을 중요시 여기는 기업 문화 때문에 2006년부터 IT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추진해왔다.

 IT아웃소싱에서 벗어나 독립된 전산운영체계를 갖추자는 것이 IT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 목표였다. 그리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것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포함한 정보화 혁신 사업이다.

 ◇내부역량강화, 사소한 일부터 시작=미래에셋생명은 2006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신전산시스템, 신정보계시스템, 리스크관리시스템, 통합채널시스템 등을 구축해왔다. 이 과정에서 기획과 관리업무를 제외하고 외주업체가 도맡아하던 IT운영과 개발 업무를 내부 인력들이 맡아서 하게끔 체계를 변환시켰다.

 미래에셋생명은 신전산시스템 개발을 맡은 인력들을 미리 확보하고 이 중 일부를 프로젝트 종료 후 자사 인력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IT아웃소싱을 벗어나 독립 전산체계를 운영하더라도 시스템 개발과 운영에 차질이 없게끔 대비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토털 IT아웃소싱은 2008년 6월부터 부분 아웃소싱으로, 지난 달 통합 채널시스템 구축이 마무리 된 후에는 전면 인소싱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미래에셋생명은 정보화 혁신사업을 통해 독립전산체계를 갖춤으로써 한 단계 높은 IT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인소싱을 통해 IT 인력들의 주인의식을 강화하고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IT 자회사 설립을 통한 IT아웃소싱이 산업 전반적인 추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셋생명의 IT트랜스포메이션 사례는 오히려 독립적 IT체계 운영으로 회귀를 통해 내부 역량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사례로 꼽힌다.

 CIO들은 한정된 인력과 자원만으로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다양한 요구를 받고 있다. 작은 규모이면서도 강한 IT조직이야말로 CIO들에게 꼭 필요한 조직이며,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강한 IT조직이란 현업이 인정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IT 전문성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현업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려드는 업무와 수많은 프로젝트들, 그리고 한정된 예산 등으로 인해 IT인력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CIO들은 내부 역량 강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예를 들면 업무의 중요도와 전문성, 난이도 등을 고려해 IT인력들의 역할분담을 명확하게 해주는 일 등은 결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적절한 인력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업무 담당자는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뿐더러 효율적인 인력 운용도 어려워진다.

 한 CIO는 “IT인력들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개인에게 적합한 임무를 부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이는 CIO의 기본적인 역할이기 때문에 CIO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