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수요관리의 핵심, 에너지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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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9년 에너지공급자 수요관리 투자실적

 전력·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 간 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현행 수요관리제도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남에 따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통합수요관리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를 공급하는 단계부터 에너지원 간 효율적인 믹스(MIX)를 고려하고 나아가 에너지공급량에 절감목표치를 부여하는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제도(EERS)는 통합수요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요관리의 핵심, 에너지믹스=새해 벽두부터 KEPCO(한국전력)와 전력거래소 관계자들은 연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보통 여름철에 집중되던 전력 피크가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그것도 하루하루 기록을 경신하며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1월 13일에는 최대전력수요량이 6856만㎾을 넘어서면서 전력사용량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공급예비율 또한 처음으로 7%대 아래로 떨어졌다.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190억4700만㎾h로 전년 동월대비 13.8%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7개월 연속 두 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추세다. 전체 전력판매량 또한 전년 동월대비 11.1% 증가한 338억2000만㎾h로 기록해 지난해 4월 이후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산업계의 에너지사용량이 증가한 것이 주요원인이다. 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가정 등 생활분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전력판매량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기에너지는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의 1차에너지를 연소시켜 발전기를 가동할 때 발생하는 2차에너지다. 화력발전소의 평균 발전효율은 30∼40%. 여기에 송·배전에서 발생하는 손실까지 감안하면 전기에너지는 1차에너지를 직접 사용할 때보다 효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단순히 효율만 놓고 보면 사용자가 1차에너지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셈이다.

  최근 정부가 여름철 냉방 전력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가스냉방의 보급을 확대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난방에너지인 LPG는 겨울에는 수요가 급증하는 대신 여름철에는 수요가 거의 없다. 연중 거의 일정한 물량이 국내에 수입돼 오는 LPG의 경우 수요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여름에는 비축량이 늘어나 비축기지의 증설압박에 시달리고 겨울에는 비축기지의 저장 공간이 남아돌게 된다.

  정부의 계획대로 여름철에 LPG 수요가 늘어나면 전력 피크는 줄어들고 LPG의 연중수요도 거의 일정해져 효율적인 비축기지 운영이 가능해진다. 또한, 1차에너지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국가에너지의 효율 향상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수요관리 개선 없이는 효율향상 힘들다=하지만 전기에너지는 효율이 떨어지는 2차에너지임에도 불구하고 사용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이 없고 사용이 편리하다는 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고급에너지이기도 하다. 때문에 GDP가 올라가고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따라 발전소를 계속 설립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전력수요를 대체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정확한 에너지믹스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로 수요관리의 요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에너지 수요관리사업은 전력·가스·열 등 에너지원별로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통합적인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데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전기·가스·열 등 주요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사의 에너지원의 공급을 늘리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각 에너지원 간 보완성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전기·가스·열은 수요·공급·가격에 있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대체재이지만 이를 감안한 수요관리가 미흡한 것이다.

  또한, 에너지원 간의 연계성이 미흡한 상태로 에너지공급위주의 수급계획이 수립되고 있어 근본적인 효율향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례로 심야전력요금을 차등지원하면서 겨울철 심야전력의 수요가 급증했고 이로 인해 LNG복합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올라가 가뜩이나 겨울철 수요가 많은 가스의 수급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법적인 측면에서도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의한 공급자 수요관리 투자사업과 전기사업법에 의한 전력수요관리사업이 상충하는 등 수요관리 전담기관이 각각 따로 운영되는 문제가 있다.

  에너지공급자 수요관리 투자사업은 에너지공급자가 수요관리 사업에 투자하도록 해 합리적인 에너지원별 수요관리를 도모하는 제도로 KEPCO는 대상사업자로 제외돼 있다 2008년 재지정됐다. 하지만, KEPCO는 이미 부속기관 성격을 띠고 있는 전력기반조성사업센터를 통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운용하면서 수요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에너지공급자 수요관리 투자사업의 경우 가스·열 분야의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으로 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효율향상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수요관리와 EERS=현행 수요관리 정책은 상호 보완적인 에너지원 간 믹스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에너지공급자는 배제된 채 최종 수요자 측면의 절약만 강조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관련 근거 법률 또한 이원화돼 있어 에너지원별 수요관리의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원별 수급의 합리적인 조정을 통해 국가 전체에 있어 최적의 에너지믹스를 달성하고 공급자까지 효율향상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수요관리체계, 즉 통합수요관리체계 도입의 당위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그 수단으로 KEPCO·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공급자의 에너지공급을 관리하는 EERS를 도입해 국가에너지의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효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EERS는 정부가 설정한 에너지효율개선목표를 전력·가스·열 및 기타에너지 공급업체들에 배분해 의무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고, 달성하지 못할 경우 범칙금을 부과해 전체적인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키는 제도다.

  에너지공급자는 자신이 공급하는 에너지의 판매량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사용자가 사용하는 기기나 설비의 효율을 높이는 활동을 펼쳐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효율기자재를 보급사업처럼 최종 에너지 사용자의 에너지효율을 공급자가 개선함으로써 에너지공급량을 줄이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에너지원별 공급자의 수요활동을 지금처럼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담기관에서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것이 EERS의 핵심 개념이다.

  현재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선진국의 경우 기존 효율향상 추진방식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공급자로 하여금 효율향상을 의무적으로 추진케 하는 EERS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DOE) 산하 국립연구소는 EERS 추진시 2020년까지 에너지사용량의 약 2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제도를 도입한 미국 텍사스주는 EERS 도입 전인 1998년 3억㎾h를 절감했으나 제도를 도입한 2003년 무려 50억㎾h를 절감하는 성과를 올렸다. 영국도 EERS 도입 전인 2001년 40억㎾h를 절감했으나 제도를 도입한 2005년 395억㎾h를 절감했다.

  김성진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정책과장은 “지금까지 에너지 사용자의 수요만 관리하는데 정책적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정부는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통합수요관리체계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