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취재수첩-IT의 진정한 고객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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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의 정보기술(IT) 직원은 호텔리어나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이 1순위죠.”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호텔 IT부서 직원의 말이다.

 베네치안 호텔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거리를 재현한 호화 카지노 호텔이다. 미국 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는 특급 호텔로, 지난 22일 HP 테크포럼 참석차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기자는 베네치안 호텔의 백업 데이터센터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메인 데이터센터는 호텔 안에 있고 백업 센터는 베네치안 호텔의 계열사인 팔라조 호텔 지하 2층에 마련돼 있다.

 백업 센터지만 베네치안 호텔에 있는 메인 센터보다 규모가 두 배 정도 더 크다고 한다. 서버 200여대와 관련 네트워크 장비 등 6만개 정도의 장비들이 정비돼 있었다. 애초부터 데이터센터를 염두에 두고 구축된 만큼 공조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유명 카지노 호텔의 데이터센터는 어떤 모습일지 설렘 반 호기심 반이었지만 실제 백업 센터의 전경은 우리나라의 여느 데이터센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데이터센터 내에 위치한 슬롯머신 두 대를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IT 책임자에게 요즘 핫이슈가 되고 있는 신기술 가운데 무엇을 적용하고 있는지, 적용할 계획이 있는지 질문했을 때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기술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1순위로 고객, 다음으로 직원을 생각하면 어떤 기술을 적용할지 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라며 “고객이 24시간 동안 호텔과 카지노에서 아무런 불편 없이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IT는 자연스레 맞춤형·현대화된다는 것이다.

 베네치안 호텔은 메인 전산센터와 백업 센터를 액티브-액티브 방식으로 이중화해 운영하고 있으며, 매일 새벽 4~7시 사이에 데이터를 백업한다. 금융기관에 준하는 안전성과 고객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IT부서 직원도 호텔리어와 다르지 않다, 고객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지극히 바른 말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던 것은 우리 IT 직원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고객중심을 너도나도 외치지만 IT부서의 고객은 대부분 기업 내부, 즉 현업이다. 내부 고객을 넘어서 실제 기업이 지속되고 성장하게 해주는 기업 밖의 진정한 고객들을 IT전략 수립 시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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