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게임 클린센터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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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만큼 조용한 공간에서 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화면 안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수치들이 표와 그래프로 나타난다. 얼핏보면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보이는 이곳은 청주에 있는 한게임 클린센터다. 고스톱이나 포커 등 웹보드게임에서 발생하는 불법 게임머니 거래를 감시하는 곳이다.

클린센터 황충빈 한게임운영실장은 “짜고 치는 방법으로 게임머니를 판매하는 ‘환전상’이나 대포폰으로 하는 결제사기를 실시간 감시한다”며 “4년여의 운영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자동 감시 솔루션을 갖추고 있으며, 관련 인력들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게임 클린센터는 NHN의 실시간 모니터링 부서가 출발이다. 2008년 4월, 230여명 규모의 한게임 클린센터로 확대됐으며 현재는 350명 규모로 늘어났다.

NHN이 웹보드게임 관련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데 쓰는 예산만 연간 100억원을 웃돈다. 90명이 넘는 전담 인력들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한다. 이들은 게임머니의 이동, 가입 및 접속자들의 동향, 결제내역 등을 점검한다. 자동 감시 솔루션이 찾아낸 이상 징후는 감시 요원들에게 통보된다. 전담 요원은 이상 징후를 분석, 불법행위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곧바로 차단조치를 취한다.

불법 이용자를 적발하는 일을 하다보니 고충도 많다. 콜센터에 걸려오는 협박전화는 비일비재하고, 직접 찾아와 유리창을 부수는 등 폭력 행사 사례까지 나온다. 대개 적반하장이다. 4년간의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일반 이용자를 불법 이용자로 오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 실장은 “간혹 운영자의 실수가 발생하지만 불법 행위 적발의 오차 범위는 0.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클린센터에서는 월 평균 △계정도용 3000건 △게임머니 매매 유도 행위 2500건 △비정상 결제 1500건 이상을 단속해왔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환전상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총 2만여건을 적발했다. 게임머니 매매 게시물 게재, 운영자 사칭, 주민번호 도용, 해킹 조장 등은 확인 즉시 해당 아이디를 삭제하고, 동일 주민번호로는 한게임 재가입을 막는다.

클린센터에서 적발하는 불법 게임머니는 월 평균 70조 규모. 거래 시세를 감안하면 현금 7억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이다. 클린센터는 검경과 공조 수사를 벌인 결과 현재까지 480여명의 환전업자를 적발하는 성과를 냈다. 클린센터의 노하우가 쌓일수록 게임머니상과 불법 이용자들의 수법도 교묘해진다.

황 실장은 “아이디 도용이나 결제 사기, 머니상 등은 상대적으로 적발하기 쉽지만, 짜고치기는 적발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초기에는 단순히 2∼3명이 계속 함께 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게릴라성으로 치고 빠지는 방법까지 쓰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센터에서도 운영자들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우수 직원들의 노하우도 공유하고, 감시 솔루션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한다. 하지만 환전상과 짜고치기 등 불법 이용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황 실장은 “환전상과 함께 사행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불법 이용에 대한 처벌이 제도적으로 갖춰지지 않아 해당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사이버 범죄의 처벌이 제도적으로 강화되길 바란다”고 아쉬워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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